[권은경] 누구에게나 열린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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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들은 일상생활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어떻게 해결합니까? 예를 들어, 맥주나 농태기에 알콜은 몇 퍼센트가 들어 있는지 또는 세계 최초의 비행기는 누가 만들었는지,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몇 명인지 같은 단순한 호기심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생활 상식과 과학, 의학, 경제 지식이나 역사, 세계의 다른 나라 상황까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이렇게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무엇을 찾아보고 답을 얻나요? 인민대학습당이나 지역 도서관에서 백과사전과 관련 도서를 찾아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집에 백과사전이 구비돼 있으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백과사전도 최신 정보는 포함하지 못하니 아쉽습니다.

인터넷이 공기처럼 존재하는 남한이나 보통의 다른 나라에서는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위키피디아’라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많이 이용합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위키피디아에서는 단 몇 초 안에 찾아 낼 수 있습니다. 2001년 1월 15일에 인터넷에 처음으로 등장해서 올해 20주년을 맞이 하는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백과사전입니다.

위키피디아는 미국계 영국인 인터넷 사업가인 지미 웨일즈와 미국인 인터넷 개발자인 래리 생어 두 사람이 협력해서 만들었는데요. 누구나 자원해서 백과사전을 집필하고 전세계 사람들이 공짜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자는 야심찬 계획이 2001년 1월 15일부터 인터넷 상에서 가능해졌습니다. 지금은 28만 명 이상의 자원한 작가들이 백과사전 내용을 집필하고 편집해서 정보가 쌓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전 세계의 316개 언어로 볼 수 있고 물론 한국어도 존재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백과사전으로 6백 2십 만 개 이상의 영어 자료와 17억 명 이상의 월 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백과사전과 차이점은 열린 방식이란 점입니다. 위키피디아 내용도 회원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여기에 있는 지식과 정보는 누구든지 집필할 수 있고 또 그걸 읽은 사람은 누구나 편집하고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정확치 않은 정보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의 개방형 집필방식은 자칫 정보의 쓰레기장을 만들 수도 있겠다 싶은데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화하는 체계가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막기 위해 글을 쓰지 못하게 제한하는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해서 누구든 내용을 수정 편집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 주간 잡지인 ‘타임’은 모든 사람들이 접근해서 편집할 수 있게 한 개방형 정책이 위키피디아를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훌륭한 백과사전으로 등극 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균형을 잡기 위한 어느 정도의 제한은 두었습니다. 민감한 내용이나 내용 훼손을 자주 당하는 정보들은 등급을 달리해서 보호하는 장치를 두기도 하고, 여러 겹의 점검을 거치고 수정을 가할 수 있게 절차를 두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중요한 몇 가지 원칙을 정해서 위키피디아 집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준수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는 중립적 관점에서 공정한 어투로 글을 쓰고 다른 사람의 내용을 편집할 때는 존경심과 정중함을 갖추고 글을 다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또 글을 다룰 때는 모두가 찬성하는 관점을 찾아야 하며 경쟁적으로 편집하려는 다툼을 하지 말 것,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도 선의라고 생각하고 접근한다는 원칙도 있습니다. 집필과 편집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정책이나 규율들이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원칙도 있습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의 정보와 해석들은 언제고 진화해 나갈 수 있다며 위키피디아를 개선해 나가려면 예외를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즉 실수는 언제고 쉽게 수정하면 되니 실수할까봐 두려워하지 말라는 원칙이랍니다.

참여자들에 대한 신뢰와 이들의 지적 선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운영되지 못할 원칙과 정책입니다. 또한 사회, 경제, 과학, 정치, 문화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로 변화 발전하는 세계에서 폭증하는 지식과 정보를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위키피디아의 정책은 북한 지도부들에게 주는 교훈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북한에도 백과사전이 있습니다만, 도서관이 아니라 쉽게 접근할 수도 없지만 내용도 절대적으로 제한적이지요. 그래서 90년대 이후에는 ‘기자수첩’이 발행돼 우리 주민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고 들었는데요. 북한의 수많은 전문가와 지식인들은 기자수첩으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답을 찾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자수첩의 내용 또한 전세계 사람들이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배우고 공유하고 있는 지식과 비교하자면 새발의 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갱신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학생들과 지식인, 근로자들이 위키피디아를 접속할 수만 있어도 김정은 위원장이 요구하는 모든 단위의 계획들을 과학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