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무직자를 인정하라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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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 75차 유엔 총회가 진행 중입니다. 여기서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 주민들의 좀 더 나은 인권 상황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합니다. 지난 15일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올 한 해의 북한인권 상황을 검토한 보고서를 유엔 총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렇게 제출된 연례 보고서는 12월 초에 유엔 총회가 채택하는 북한인권 결의안의 기초가 됩니다.

특별보고관의 올해 보고서는 예전과 조금은 달라 보였습니다. 예년의 보고서에서 다뤘던 내용들은 주로 북한 주민들을 공개처형하는 문제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마음대로 다른 도에 이사가거나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처벌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정치범수용소 문제, 남북의 이산가족 문제와 외국인 납치 문제 등이었습니다. 올해 많은 영역을 차지한 내용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내용이어서 색다르게 보였습니다. 바로 우리 주민들의 경제활동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누려야 하는 일반적인 권리를 중점적으로 다뤘기 때문입니다.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북한의 근로 체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 아래 노동당이 경제의 목표를 세우고 모든 기관을 통제하므로, 중앙당과 국가계획위원회가 모든 경제 분야, 인민군과 돌격대에 편재할 노력의 규모까지 일일이 결정하는 비효율성을 설명했습니다. 농장이나 공장, 학교나 인민반을 통해서 주민들의 노력을 마음대로 차출해서 사용할 수 있는 현실도 폭로했습니다. 지역의 대상건설, 철도나 도로 그리고 지역 혁명사적지의 개보수에 주민들을 일상적으로 강제동원하는 관행을 설명한 겁니다. 또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군대와 돌격대도 지적하며,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에서 18세 이하의 아동들을 강제노동을 위해 모집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주민들의 경제생활에 큰 걸림돌이 되는 당국의 직업배치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요. 중학교나 군복무를 마친 모든 주민들은 국가가 지정하는 일자리에 배치 되는데 이런 곳에서 일해서는 생계 유지가 안 되는 현실을 잘 설명했습니다. 국가 기관 소속의 직장에 적을 올리고 개인장사를 해야지 이윤을 내고 직원들에게 로임도 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로임도 배급도 없지요. 국가가 지정한 공장기업소에 배치되면, 직업은 있지만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이상한 현실은 청취자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전기공급이 안 돼 돌아가지 않는 기업소라도 출근해야 하는 실정도 다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회주의 노동법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전혀 실행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이는 북한이 1981년에 가입한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북한당국이 위반한 겁니다. 여기에 더해 인민반에서 매일 주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착취하는 현상과, 교화소나 노동단련대에서 이뤄지는 강제 노예노동도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올해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보고서는 이러한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되는 경제적 권리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고 해결을 위한 권고안도 제시했는데요. 형사법과 그 외 관련 법규들을 잘 검토해서 주민들이 노동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근로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 그리고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만큼의 로임을 보장하고,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구조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북한당국이 노동문제와 주민들의 경제권 그리고 경제 개선에 의지만 있다면 북한의 노동체계를 개선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주민들은 당국의 불필요한 검열과 감시를 피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곳에서는 뭐든지 해서 돈을 벌려고 노력합니다. 산에서 약초를 캐기도 하고, 집에서 옷가지라도 만들어 팔고, 바닷가에 사는 주민들은 바다에 들어가서 고기를 잡아서, 강가에 사는 주민들은 개구리리나 민물고기를 잡아서, 심지어는 다른 사람 대신 돌격대에 들어가 하루벌이라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일은 북한의 노동당이 지정해서 배치한 일거리가 아니기에 무직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지만, 먹고 살 돈벌이가 됩니다.

주민들의 최소한의 경제적 노력에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북한당국의 무직자 처벌 관행인데요. 주민들이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에서 돈을 벌도록 허용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근로권 관련 인권문제가 해결되니 국제적 비판을 피할 수 있어서 이득이고요. 경제적인 수익을 얻으니 이 또한 국가적 이득입니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니 당국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겠지요. 북한당국이 헌법과 사회주의 노동법이 말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실업을 모른다”라는 허상만 버리면 됩니다. 우리 주민들은 알아서 돈벌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갈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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