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민족대이동의 설날을 보내고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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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설날도 지나갔습니다. 5일이 음력설이어서 남한에선 4일부터 6일까지 명절 연휴로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인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설날 연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설 연휴가 닷새나 되니 많은 사람들이 여유있게 고향에 다녀왔을 겁니다.

남한에서는 설 연휴를 민족대이동의 날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은 부모님이나 친지가 계시는 고향에 명절을 기해서 다녀오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합니다. 남한의 국토교통부가 올해 연휴동안 이동한 인구가 4천 9백만이라고 말하니 민족대이동이라고 부를 만도 합니다.

저도 고향인 대구를 찾아 갔는데요. 서울과 대구의 거리는 3백 킬로미터입니다. 평양과 자강도의 만포시 정도 거리일 겁니다. 자동차로 운전해서 100-110km 정도의 제한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평상시에는 3시간 40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KTX 고속철도로 달리면 1시간 39분이 걸립니다. 저는 설 바로 전날 고속철도 좌석표를 미리 구입해서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1시간 39분만에 동대구역에 하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해서 설날 오후에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서울 대구간 운행하는 장거리 버스표를 구입해 서울로 올 수 있었습니다. 대략 20분마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운행했고 중간중간에 임시 버스를 배치해 거의 5-10분마다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요. 오후 5시 30분에 버스를 타서 밤 12시가 조금 지나서야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고향으로 갔던 대부분 사람들이 그 시간에 서울로 향했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승용차로 가득 차서 차들이 거의 50km 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달렸기 때문입니다.

연휴가 시작되기 앞서 한국도로공사는 하루 488만대 승용차가 전국의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고, 가장 많은 날은 575만대 승용차가 고속도로를 달릴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연휴 첫날인 1일 하루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승용차가 50만대라고 내다봤습니다. 어마어마한 자동차 행렬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설 연휴가 길다 보니 해외로 여행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남한에서 명절 기간의 해외여행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가족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입니다. 국토교통부는 85만 7천 명이 이 기간에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여행 기간이 짧다 보니 주로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여행지로 꼽혔다고 합니다.

해외여행 얘기가 나왔으니 평상시 해외여행객 통계를 알아보겠습니다. 남한에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것은 1989년부터인데요.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전인 1988년 한 해 출국한 사람 수가 72만 명이었는데 자유화 조치 이후 89년에는 121만 명이었답니다. 2018년 지난 한 해 출국한 사람 수는 2,870만 명에 달했다고 남한 통계청이 발표했습니다.

남한 내외를 통틀어서 이렇게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외국으로 나가는 것도 아무 제약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고, 여권 하나 그리고 비행기 좌석표만 있으면 전 세계 웬만한 나라들은 비자 없이도 다닐 수 있습니다.

북한도 올해는 설날 하루를 휴일로 정하고 음력설을 쇠었다고 들었습니다. 양력설에는 신년사 청취와 퇴비모으기 전투로 바빴는데 음력설에는 명절답게 설음식들도 먹으며 가족과 쉬는 날이었다는 내부소식통의 이야기를 접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사람들처럼 여행을 간다거나 멀리 사는 친지를 찾아가 보는 일들은 힘든 상황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여행허가증이 있어야 다른 도시나 도에 방문할 수 있는 북한의 제도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서 개인 경제활동이 비교적 활발해 지면서 여행허가증을 예전보다는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만, 여전히 적당한 뇌물을 고여야 아무런 문제 없이 원하는 기일 안에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주민들이 다른 도에 방문하는 것을 당국이 통제하거나 막는 것은 국제법에서 말하는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위반하는 인권유린 행위입니다.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인권규정인 세계인권선언의 13조는 “모든 사람은 각자 국가의 국경선 안에서 이동하거나 거주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또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를 포함해서 어떤 나라라도 떠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또 돌아올 권리도 가진다”고 명시합니다. 북한주민들도 당연히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설날을 보내며, 가까운 미래에는 북한주민들도 ‘민족대이동' 행렬에 동참할 날이 곧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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