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세계인권선언 70돌 맞이 인권이사회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8.03.02

3월입니다. 저같이 북한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3월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달로 의미가 큽니다. 2월 26일에 시작한 제 37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3월 23일까지 진행합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개선하고 보호할 책임을 부여받은 47개 인권이사회 회원국가들의 정기적 회의입니다. 일년에 3차례 이사회 회기가 돌아오는데 올해 첫 회기가 지금 시작된 겁니다. 이 시기는 인권 옹호활동을 하는 국제적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인권변호사들, 해당국가 외교관들 그리고 인권이사회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스위스의 제네바에 모여 대대적인 인권토론을 합니다.

세계 모든 유엔 회원국가들의 당면한 인권문제를 토론하고 개선책을 논의해서 인권개선 방안을 권고합니다. 특히 인류역사에서 최악의 잔혹범죄로 꼽고 있는 반인도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북한이나 내전과 분쟁으로 민간인이 희생되는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시리아와 같은 나라 그리고 민족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학살이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토론될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세계 모든 일반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한 문제들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북한인권 논의는 오는 3월 12일에 진행 될 건데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1년간 탈북민들과 북한인권 시민단체들, 남한의 정부관계자들을 만나서 조사한 내용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같은날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던 카탈리나 아귈라 (Catalina Devandas Aguilar) 장애인권리 특별보고관이 북한 장애인 실태에 대해서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아귈라 특별보고관이 북한을 방문한 이후 쓴 보고서는 북한의 모든 시설물이나 사회제도에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았고 장애인을 존중하고 보호해야한다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이번 보고관의 발표도 이런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 예상됩니다. 또 14일에는 유엔의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에서 최근 탈북해 나온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최근의 북한인권 실태를 보고하는 시간도 예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외 시민단체들도 이 기간에 북한의 여성과 아동의 인권상황에 대해 토론하는 회의를 개최할 겁니다. 한 마디로 이 기간은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논의하는 세계적인 대토론 잔치가 열린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올해는 유엔 인권이사회 입장에서도 의미가 깊은 해입니다. 인권의 가장 준엄한 기준이 되는 규정인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인권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강한 ‘비엔나선언과 행동계획’이 1993년 세계인권대회의 7천 여명의 참석자 전원합의로 채택된지 25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규정과 실행규범이 채택된 이후 각각 70년과 25년의 정주년을 맞이하며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2월 말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고위급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유엔 고위급 인권토론회를 열면서 70돌을 맞이하는 ’세계인권선언’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최고인권대표는 “언론과 종교의 자유 그리고 공포와 결핍이 없는 상태를 모든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세상의 출현은 모든 인민대중들의 최고의 염원으로 선언되었다”라며 세계인권선언의 전문을 이용했습니다. 인권대표는 세계인권선언이 어느 특정 국가나 계층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보편적인 권리로 다 누려야 할 가치라는 것을 한번 더 강조했습니다. 인권의 보편성을 설명한 겁니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문화와 전통에 기초해 형성된 가치로써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자유, 인간 존엄성은 변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인권에 있어서 보편성이란 말은 어떤 사람이 부자여서 인간의 존엄성을 더 부여 받거나, 어떤 사람이 선진국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더 가치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만 존중받고 후진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인간존엄성을 침해 받는다면 이 같이 부당하고 불공정한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후세인 최고인권대표는 비엔나선언은 ‘세계인권선언’이 규정한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한단계 더 발전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인권은 상호 보완적이며 서로 연계돼 긴밀한 관계 속에서 가치를 발한다고 했습니다. 즉 시민적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서로 함께 발전하는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교육과 쾌적한 생활 조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온전히 자유를 보장받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또 돈은 많지만 정부 당국에게 언제 무작위로 끌려갈지 모를 공포에 떨고 산다면 이 또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고위급이었거나 경제적으로 부를 누릴 수 있었던 사람들이 남한으로 탈북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겁니다. 인권에 있어서 어느 한 종류의 조건만 잘 갖춰졌다고 해서 더 진보적인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고인권대표는 70년 전에 인류가 채택했던 세계인권선언의 약속을 위반한다면 비극적 폭력과 재앙의 미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늘의 인권유린이 내일의 분쟁과 갈등을 유발한다고 설명하는데 북한의 인권상황을 대변해서 설명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북한당국이 문제투성이의 인권상황을 밀폐해 두고 미국이나 남한으로부터 위협받는다는 잘못된 명분을 지어내 핵무기를 개발해 세계를 위협하는 현상이 이와 같다는 생각입니다.

제네바에서 열리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 토론회에는 북한 대표부의 외교관들도 참석하는데요. 올해는 북한당국이 현실성과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담아 토론에 임하기를 희망해 봅니다. 또 세계인권선언 70돌을 계기로 북한청취자 뿐아니라 당국자들도 인권의 보편성과 상호보완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하게 되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