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한국에서 병원 치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 수를 2027년까지 70만 명으로 늘리자는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해 치료한 외국인 환자 수가 코로나 대유행병 이전인 2019년에는 49만 7천 명이었고 지난해는 24만 8천 명이었답니다. 따라서 앞으로 4년 뒤에 외국인 70만 명을 한국에서 치료받게 유치하자는 전략은 터무니 없이 들리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자 발급을 인터넷으로 가능하게 해서 출입국 절차가 간편해야겠고요. 또 외국인 환자와 가족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숙박시설과 환자를 보살필 인력도 준비하고, 환자가 완치한 이후 관광까지 할 수 있게 의료와 관광을 연결하는 편의도 마련한답니다. 거기에 더해 주변국들의 가난한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하는 인도주의 지원사업도 준비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발전한 의료 사업과 관광을 연결하고 대외 의료관광 사업을 인도주의 협력사업으로 발전시킨 이 전략은 꽤 참신해 보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의료진들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길 수 있을 만큼 한국 의료과학 기술이 발전했기에 이런 구상이 가능했습니다. 또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방문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와 한국 사이에 놓인 담장이 낮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이 설명을 하는 이유는, 지난 8일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북한의 고려항공 항공기 운항 금지가 올해도 지속된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고려항공이 보유한 비행기들이 국제적 안전 기준에 적합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운항 금지 조치가 나온 것입니다. 다만 2010년 고려항공이 구입한 러시아제 여객기 두 대만 예외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시험 발사함에 따라 유럽연합의 대북 제재가 가해져 사실상 모든 북한 항공기가 유럽연합 국가들에 이착륙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이전 시기에는 파키스탄, 태국 등을 포함해 6개 국가는 갈 수 있었는데요.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동맹국은 물론이고 인근의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기에 북한 비행가가 자기네 나라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북한 주민들이 외국으로 갈 수 있는 하늘길은 없습니다.
북한 당국의 핵무기 개발로 국제 사회에 금지 조치를 받은 것이 항공기만은 아닙니다. 2017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예전에는 유럽과 중동지역,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 여러 나라에 북한 노동자들이 농사도 짓고 건설에도 종사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이제는 북한 노동자들이 노동하며 돈을 벌면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인 국가는 유엔의 결의를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나라들이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했습니다. 또 코로나 대유행병이 시작되면서 북한이 자체적으로 국경을 닫아버리니 귀국하지 못하고 외국에 발이 묶인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데요. 러시아와 중국에 그 수를 다 합치면 10만 명 정도라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외국 회사에서 노임을 받으면 80%는 북한 회사와 국가가 가져가 버립니다. 이건 노동착취이자 강제노동으로 국제적 비판의 대상입니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동자들 손에 남은 10~20%의 노임이라도 북한에서 버는 것보다 낫고 외국 생활 경험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세계 안보를 위협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 마저 막혀 버렸습니다.
국민들이 외국으로 많이 진출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전된 기술과 다양한 지식들을 배우게 되면, 사람들은 북한 땅 안에만 묶여 있을 때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개인 청부 받아서 건설업으로 돈을 벌던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러시아 자국의 노동자들보다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기술도 좋고 성실하게 일도 잘해서 인기가 높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북한의 노동자와 숙련공들을 돈벌이도 안 되고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북한 땅 안에서만 묶어두는 건, 노동자 개인에게도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낭비입니다.
세계와 북한 사이의 담장만 낮춘다면 북한 주민들은 세계의 무수히 많은 혁신적인 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어 올 능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시기가 온다면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기가 번 돈의 20퍼센트만 줄 것이 아니라 그 요율을 더 올려야 하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 노동자들은 지칠 줄 모르고 일할 것이고 국가의 수입도 커질 겁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주민들 앞길에 펼쳐질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누구를 위해 하는지 모르는 핵 개발만 매진하고 있는데요. 이것이야말로 일석 삼조로 망하는 길이란 걸 북한 당국이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