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사회주의 북한의 노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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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년 전부터 6월 19일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있었던 특별한 사건을 기념하려는 날이 아닙니다. 놀랍게도 158년 전인 1865년 6월 19일에 있었던 일을 2년 전 미국 정부가 전 국가적 국경일로 정해서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데요, 이날은 바로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이후 노예로 살던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들을 처음으로 자유 미국 시민으로 해방한 날입니다.

사실 이보다 2년 반이나 앞서서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 선언'을 발표했지만 이걸 거부하는 남부에 위치한 주들과 내전을 치러야 했는데요, 미국 연방 정부가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에 실질적으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노예제도는 1600년대 초반부터 아프리카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무작위로 미국 대륙으로 끌고 와서 짐승을 부리듯 각종 노동에 이용하던 제도입니다. 당시 노예들은 죽을 때까지 노예이며, 자식이 태어나면 대를 이어서 노예의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무보수로 일만 해야하는 신분이었고요. 유럽에서 건너와 정착한 백인 미국 시민들과는 격이 다른,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지낼 수밖에 없는 제도였습니다. 개인이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소유하듯이 노예 신분인 사람을 소유해서 판매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노예제도 폐지와 노예해방을 실행하게 되면서 노예였던 사람들도 노예의 주인이었던 사람들과 같은 지위를 가진 시민이 됐습니다.

하지만 노예제는 200년간 지속된 제도입니다. 제도 자체는 한 번에 바뀔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의식, 특히 집단의 의식이 변하는 데는 피 타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수 많은 사회적 선각자와 활동가들의 투쟁과 혁명적 노력으로 느리지만 인식은 바뀌었고 지금의 다민족 다문화의 국가, 미국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 끝에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월 19일을 미국 전역이 함께 공휴일로 기념하고 축하하는 ‘노예해방의 날’로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긴 역사입니다.

미국에서 한 세기 반이 지나서까지 노예해방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근본적인 ‘권리’와 인간 존엄성을 지위나 인종, 성별이나 국가, 권력과 경제력의 유무, 직업의 종류 등에 상관 없이 다 같이 동등하게 향유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장 기초적인 원칙이며 이 원칙을 가장 극악하게 위배했던 것이 노예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설명한 노예제도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도 기초적인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청취자들께도 알고 계실 텐데요, 한편으로는 이 노예제도에서 북한 사회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사회를 들여다보면, 각 개인이 가진 조건이나 환경에 따라서 계급을 나누는 관행이 존재합니다. 특정 집안사람들을 ‘백두혈통’이라고 구분해서, 모든 주민이 이들을 같은 인간이 아니라 ‘신’으로 추앙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그리고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또 사회적 태생이나 출신 배경 등으로 인간을 구분해 어떤 계급은 노예처럼 일만 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으로 보자면 북한에는 현대식 노예 제도가 존재합니다.

유엔의 노예제도 구제를 위한 전문 기구는 현대식 노예제도를 이렇게 정의하는데요. “숨겨진 인구로 불법적인 노동을 수행한다. 고립된 지역에서 발생하며, 근로자가 불법 활동에 연루되거나 지리적으로 고립된 경우, 폭력적이거나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을 강요당하는 경우 접근이 어렵거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하며 소외된 집단이다”.

이 설명을 들으니 떠오르는 곳이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입니다. 고립되어 떠날 수도 없고 심각하게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며 혁명화를 당하는 곳입니다. 여기에 갇힌 사람들이야말로 시장에서 팔리지만 않았지 18-19세기의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일반 북한 사회에서도 정상적인 직장을 다닌다고 해도 정당한 로임을 못 받고 거의 무료로 노동에 임해야 하는 현대판 노예제도가 보입니다. 특히 건설 사업 등에 동원하는 청년돌격대는 더 노예제도에 가까워 보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이 자원해서 노동에 참여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돈 있고 권력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돌격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북한당국의 말이 허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자본주의 국가의 최고봉이라는 미국도 노예제도를 극복하고 노예해방을 기념하는 것이 오늘의 현주소인데요. 노동자의 천국이자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 말하는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