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저녁 6시가 다 돼 가던 시간, 전 국민의 심장을 멎게 한 사고 하나가 터졌습니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지하 4층에 지상 5층 구조의 삼풍백화점이 통째로 붕괴한 겁니다. 이 사고로 502명이 사망했고 6명은 시신마저 발견하지 못했으며, 937명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당시 사람들 머리 속에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고 그 결과 부패한 기업이 안전수칙을 무시한 채 진행한 건설과 건물 확장공사가 만들어낸 재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은 불법적으로 건물용도 변경을 수 차례 했고 설계를 변경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증축 공사도 진행하는 등 건축법을 위반해 가면서 부실하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 사고는 당시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점을 노출시킨 엄청난 사건 사고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명피해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간 한국은 경제적 성장만을 향해 돌진하는 형국이었고 인권이나 인명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지지 못해 성숙하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충격적인 대형사고를 겪은 계기로 한국 사회는 그간 경제 성장으로 질주하면서 등한시하던 인간 존엄성, 안전에 대한 인식, 공정성 등의 가치와 사회적 원칙에 대해서 되돌아 보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북한을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도시 및 관광지 건설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삼지연꾸리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신의주 살림집 건설 등 수많은 대상건설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로동신문이 매일 자랑합니다. ‘만리마속도 창조운동’을 격려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당이 지시한 국가계획량을 달성하려는 노동자들의 필사적 노력을 칭찬하는 기사들은 로동신문에 매일 등장하지요. 이 기사들을 보면, 위험한 건설현장 노동자들이나 돌격대원들 또는 탄광이나 제철소 등 위험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 현장의 붕락사고를 많이 언급을 하는데요. 기사내용은 붕락사고에도 불구하고 ‘만리마 속도’로 붕괴된 흙더미를 처리한 뒤 국가계획량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노동자들은 잠을 자지않고 속도 내서 일하며 탄광의 막장을 떠나지 않고 노동에만 전염해서 성과를 이뤄낸다고 말합니다. 기사에는 붕락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는지, 앞으로 붕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 달에도 수 차례씩 붕락사고 관련 기사들이 나온다는 겁니다. 로동신문의 붕락 관련 기사는 올해만 해도 30개가 검색됩니다. 이 같은 붕락사고는 탄광 막장에서는 물론이고 댐 건설, 저수지 건설 현장에서도 발생합니다. 재해방지 대책에 대한 언급은 없고 그 위험한 곳에서 생명을 무릅쓰고 더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바람직한 모범으로 칭찬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고재발을 유도할 수 있는 무모하고 위험한 관행이자 인명을 무시하는 행위이지 모범적인 노동자의 모습이 아니지요.
로동신문에서 보여주는 사진자료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위험한지 눈으로 확인해줘서 더 안타깝습니다. 고층건물 건설현장의 높은 건축물 위에서 건설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장치나 안전 모자, 장갑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탄광의 막장에서 탄가루가 쏟아지는 곳에서 일하는 탄부들의 사진에는 먼지를 막아주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또 원산이나 평양을 실제 방문했던 외국인 기자들은 “북한 노동자들은 한밤중에도 건설현장에 불을 밝히고 일을 하는데 참으로 위험해 보였다”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이 만리마속도에만 열을 내다가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건축하며 안전을 챙기지 못한 고층건물들이 가까운 미래 언젠가 붕락될까 걱정입니다. 한편 이렇게 노동자들의 안전한 근로환경을 보장하지 못하고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것은 국제인권규약의 근로권 보장의 국가적 임무를 방기하는 행동입니다. 국제인권규약에서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자들이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여가생활과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하루 근무시간도 8시간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하루 근로시간은 사회주의 노동법에도 마찬가지 8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는 북한 노동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근로권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내용을 수행해야 하는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규정의 내용에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노동계급을 위한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려면 현재 대상건설 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보살피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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