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유쾌한 베트남 청년들 모습에서 북한 청년을 떠올리며
2024.07.26
지난 한 주 베트남의 경제 수도라 알려진 호치민 시를 다녀왔습니다. 최근 3년간 업무 때문에 거의 매년 방문하는데요, 그때마다 일 년이 다르게 변화 발전하는 베트남을 목격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은 변화하는 베트남 모습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베트남의 발전을 거론하자면 현재를 가능케 한 1986년 경제개혁 정책 ‘도이머이’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사회주의 중심의 시장 경제를 이루기 위한 당시 베트남 지도부의 계획이었는데요. 베트남 공산당은 농사 계획 결정권을 개인 농민에게 넘기고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개인이 가질 수 있게 제도를 바꿨습니다. 국가가 운영하던 기업은 점진적으로 민간으로 이전했습니다. 각종 소비재 가격 관리를 국가가 하지 않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 시장 가격에 맡겼습니다.
2007년 베트남은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고 외국의 직접 투자를 받고, 세계와 무역이 가능하도록 나라 문을 연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은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92억 7천만 달러의 외국 자본을 유치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에 제가 처음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는 수도 하노이는 물론 호치민 시의 도로마다 넘쳐나던 오토바이가 정말 이국적으로 보였는데요.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과 경적 소리, 제대로 차단되지 않는 엔진 소리가 한데 엉켜서 나오는 굉음에,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말 그대로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 공해를 체험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도로 소음공해는 잦아들었습니다. 이유는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차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최근 몇 년간 전기 오토바이 판매가 30~35% 증가했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확인한 또 다른 큰 변화는 도심에 늘어난 대중 버스였습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시내버스가 있긴 했지만 버스 외관에 녹이 잔뜩 슨 낡은 버스가 드문드문 다녔는데요. 지난주에 본 것은 한국의 현대 자동차가 생산한 반짝반짝한 새 버스들이 도로에 가득한 오토바이 사이를 여유 있게 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게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호치민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님께 여쭤봤습니다. 최근 호치민 시는 대중버스 체계를 개선하고 더 많은 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고 거기다 올해 가을에는 지하철이 처음으로 개통될 계획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이 교수님은 90년대 말부터 호치민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는데, 당시 대학교수 중 30~40%가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었고 학생들은 아무도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는 학생들의 70%가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갖고 있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개인용 노트북과 손전화 사용, 옷차림 등을 보면 풍족해진 생활이 쉽게 알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국제적인 대기업들이 상품 광고를 위해 공원에 무대를 세우고 대중 가수를 초청해 공연을 열었습니다. 30분을 걸어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목에 가설무대를 세우고 공연을 하던 곳이 세 군데나 됐습니다. ‘사회주의 베트남 건설과 보위’, ‘당 원원회의 수자화(디지털화) 전환 결정의 완수’ 등 정치 선전 구호가 붙은 담장 옆으로, 백여 명이 넘는 20~30대 청년들이 베트남식 전통가요는 물론이고 미국 대중가요까지 한껏 즐기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청년들이 서구 대중문화의 흥겨움에 흠뻑 빠져 있었지만 베트남 체제에 대한 위협은 어디서도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베트남 청년들의 얼굴에선 자부심을 엿봤습니다.
쿠바 북한 대사관에서 참사로 일하던 외교관 리일규의 탈북에 대한 기사가 최근 한국 언론에 많이 보도됩니다. 이분의 탈북 이유 중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이 자녀들의 미래라고 합니다.
“북한 외교관 자녀들은 외국에서 발언이나 옷차림을 조심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현지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생활한다. 북한 아이들같이 농사나 건설에 동원되는 압박감이 없어서 쑥쑥 성장한다. 북한 아이들의 현실을 보자면 자식들을 북한에서 살게 하는 것이 부모로서 할 일인가 고민 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청소년들의 신장이 같은 민족인 남한 아이들에 비해 확연히 작은 이유를 영양 섭취 부족에만 있는 아니라, 심리적 안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지난주 제가 베트남 청년들을 보며, 북한 청년들의 미래도 저렇게 유쾌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지점이 리 참사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의 미래 그리고 자녀들의 미래는 어떠하리라 생각하십니까?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