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짐바브웨에서 얻는 교훈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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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의 중남부에 짐바브웨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북한과는 외교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긴밀한 우정을 나눈 나라이지요. 짐바브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는 8차례나 북한을 방문하면서 김일성을 만났고 북한의 김씨 일가 우상화를 배워갔다고 알려졌습니다. 세계는 지난해 말부터 기대반 우려반으로 짐바브웨에서 일어나는 의미 있는 변화들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최근 며칠간의 폭력적인 사태는 국제사회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8월 1일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불법선거에 항거하는 시위를 했는데 무장한 경찰과 군인들이 잔인하게 진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3명 이상의 시민이 숨지기까지 했답니다. 국제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실시간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이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경찰들이 길거리를 순찰하며 현장에 있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다." "수도 하라레 중심 거리를 탱크와 장갑차가 굴러다니고 있고 3명 이상의 시민이 사망했고 수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짐바브웨는 37년간의 잔인하고도 긴 독재의 역사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와 의원들을 선출하는 선거를 7월 30일에 진행했습니다. 37년만에 처음으로 실시하는 민주적인 방식의 선거였습니다. 짐바브웨는 19세기 후반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는데요. 1979년 12월에 마르크스-레닌주의자이자 아프리카 민족주의자였던 로버트 무가베가 짐바브웨에 독립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1980년 총선에서 무가베가 이끌던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이 승리하면서 권력을 잡게 됩니다. 애초의 사회주의적 혁명정신은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 앞에서 빛을 바랬고, 무가베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헌법까지 바꾸면서 37년간 장기집권을 하게 됩니다. 잔혹한 인권유린과 탄압, 경제적 실패, 부정부패 등으로 아프리카 최악의 독재자로 이름을 높였습니다. 93세의 나이에 자신의 안위와 권력을 영위하기 위해 부인에게 정권을 넘겨주려고 2인자였던 음난가과 당시 부통령을 숙청합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무가베 퇴진운동이 시작되고 자신의 권력기반이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하야를 촉구했습니다. 집권당까지 동참해 탄핵절차가 진행되자 무가베는 지난해 11월에 스스로 사직서를 냈습니다. 이렇게 무가베의 37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습니다.

짐바브웨 국민들은 독재자의 퇴진을 축하하며 잔치분위기 속에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발전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7월 30일 대선과 총선이 실시됐는데 선거 몇 달 전부터 부정선거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수십만 명 이상의 선거인 명단이 변칙적으로 작성됐고 투표용지 모양도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조작됐으며 선거관리위원회도 집권당에 편파적으로 경도돼 있는 행태들이 많이 지적됐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집권당이 의회 의석 3분의 2를 차지했습니다. 대선 결과는 선거 후 사흘이 지났는데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은 부정선거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경찰과 군인들은 실탄까지 발사하며 유혈 진압을 하고 있습니다. 무가베 퇴임 이후 대통령직을 맡아오던 음난가과 현직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새 정권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새로운 독재의 권력이 총부리로부터 나오고 있는 짐바브웨 현실에 대해 크게 좌절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봐도 자유와 인권실현 그리고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지지 않았습니다. 37년의 긴 철권통치 하에 있던 국가가 국민 선거 한번으로 독재의 폐해에서 벗어나 민주적인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키리라 기대했다면 그건 오만한 착각을 한 겁니다. 1945년 해방된 이후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현대의 역사를 쓰고 있는 남한만 봐도 그렇지요. 민주적이고 혁명적인 시민들의 저항과 희생으로 건국 초기를 보냈고 군사독재를 거쳐서 1980년대 말이 돼서야 국민의 힘으로 올바른 민주주의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지 않습니까.

앞으로 펼쳐질 북한의 미래에는 더이상 불행한 사건들이 없도록 잘 다듬어 나가야 할 겁니다. 전 세계로부터 더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여서 여러나라들이 발전과정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워서 큰 혼란 없이 발전의 미래가 펼쳐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알고 동시대의 세계 정세를 객관적으로 잘 습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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