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AI 시대의 기본소득과 북한 경제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4.08.09
[권은경] AI 시대의 기본소득과 북한 경제 한 평양시민이 통일시장에서 야채를 사고 있다.
/AP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지난 주 미국의 ‘오픈리서치라는 비영리연구소가 진행한 실험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차별 없이 매달 똑같은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해 생활에 도움 주고자 하는기본소득제도를 3천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인데요. 기본 소득을 받으면 경제생활, 개인의 발전과 건강 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무려 3년 동안 살펴봤습니다.  

 

연구소는 미국의 일리노이주와 텍사스주에서 살고 있는 21세부터 40세 성인 3천 명, 특히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의 일인당 총소득 약 6 5천 달러인데 이런 총소득의 55%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자들로 선별했고요. 이 중 천 명에게는 천 달러를 매달 지급했고 대조군으로 선정된 2천 명에게는 매달 50달러를 줬습니다. 2023 10월까지 3년간 이 금액을 제공하고 실험대상군의 생활과 행동, 사고가 나머지 대조군 사람들과 비교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연구소는 먼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는데요. 혈액검사 결과 매달 천 달러의 고정 수입이 생긴 실험 대상자들의 건강에는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근로 시간은 주당 1.3시간 정도가 줄었는데 이에 따른 근로소득도 125달러 줄었지만 전체 소득에는 타격이 없었습니다.

 

30대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의 능력 개발을 위한 교육이나 기술훈련에는 돈을 크게 쓰지 않았습니다. 취업률은 기본소득을 매달 천 달러가 아닌 50달러씩 받은 대조군이 더 높았습니다. 또 기본소득 지급은 각 세대별, 소득이 가장 낮은 실험 대상자에게 긍정적 효과가 컸습니다.

 

결과적으로 기본소득 제공은 고용과 근무시간, 수입 전반에 미세한 감소를 불러왔고 개인의 건강과 자기 개발에 기여한 바는 미미했습니다. 오픈리서치는 총 6천만 달러의 실험 연구비를 썼지만, 조건 없이 매달 지급되는 천 달러의 기본소득은 투자 대비 주민들의 생활과 생각에 괄목할 만한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토론 주제가 바로 이 기본소득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해서 생산성을 극도로 높일 것이고 인간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 예상되니,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모두가 잘 사는 상태를 유지하자는 주장입니다. 앞서 소개한 실험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이뤄진 것이고요.

 

기본소득 실시를 위한 전제조건이자 핵심적으로 중요한 점은 안정적으로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예산이 확보되는가 여부인데요. 2019년 스위스는 매월 약 3천 달러씩 기본소득을 주자는 법안을 채택할 것인지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77%의 유권자들이 이 법안에 반대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서 국민들이 내야 하는 세금 증액이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알래스카주는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설립하고 석유 판매로 번 수입 일부를 기금으로 마련해 1982년부터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왔습니다. 기금의 5년간 평균 실적에 비례해서 매년 금액이 정해지는데 일인당 연간 1천에서 16백 달러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 외는 아직 기본소득 제도를 성공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아직은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 줄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제도적으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달지는 않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받는 임금 구조나 생활상을 보면 현상적으로 기본소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필요한 노동에 참여하는가에 상관 없이, 공장 가동 여부와도 상관없이 모든 주민들이 노동 현장인 직장에 배치되어 임금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인데요. , 노동자 개인의 노동시간이나 노동강도, 벌어들이는 수입 규모나 전문성 여부에 크게 상관없이 아주 낮지만, 거의 일정한 급여를 전체 노동자들에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할 동기를 찾지 못하게 됩니다. 스스로 애써 노력하고 성장하고 발전할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무직자가 되기를 희망해서 국가가 배치하는 직장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청년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한국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2010년대 이후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2016년 최고 3.2%까지 성장했는데 북한 주민들이 비교적 자율적으로 장마당 장사와 개인사업을 하며 경제생활을 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다시 말해 이 통계는 북한 주민들이 알아서 자유롭게 돈벌이를 하게 되면 국가 경제력도 향상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줍니다. 국가 계획으로 모든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식량 배급을 하고 생활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은,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주민들의 개인적 성장을 위해서도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에게 임금도 못 주면서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을 계획하고 있기에, 충성심에 기초한 자발적인 탄원만을 요구합니다. ‘당중앙의 호소'와 이에 답해야 하는막중한 사명감을 자각하라'거나성스러운 부름최전구에서 선봉 투사의 영예를 떨쳐갈 당원들의 드높은 열의만 내세우지요.

 

인공지능으로 생산성이 극적으로 증대될 미래 시대에 세계는 부자나라들부터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실험으로만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는 재원 마련이 가능하게 될테니까요. 북한의 5년 뒤 또는 10년 뒤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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