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 선수들은 왜 적대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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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중국 항저우에서 두 주간 진행된 제19차 아시아경기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북한 선수들도 훌륭한 기량을 뽐내며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 결과 총 45개 아시아경기대회 참가국 중 10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1만 2천 여 명의 선수가 아시아 지역 곳곳에서 출전했는데 그들 중에서 북한 선수들이 금메달 11개를 포함해 전체 39개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북한이 국내외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선수들은 참 잘 뛰었고 훌륭한 성적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국제 운동 경기대회의 핵심적 정신이자 원칙은 연대와 친선입니다. 올림픽 헌장의 서문에는 올림픽 정신을 ‘노력하는 기쁨과 모범적 사례가 주는 교육적 가치, 보편적인 윤리 원칙에 대한 책임과 존중을 바탕에 둔 삶의 방식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운동경기는 인간의 권리’라는 가치를 기본 원칙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인간은 올림픽 정신에 따라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이 운동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올림픽 정신이란 친선과 연대와 정정당당한 시합”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시아경기대회도 올림픽과 같은 가치를 추구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독립 국가로 탄생했지요. 그러던 중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은 전쟁과 폭력의 불명예가 아니라, ‘통합의 정신과 운동경기의 업적’을 보여줌으로써 아시아의 기량을 세계에 선보이고자 나섰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아시아경기대회인데요. 따라서 상호존중의 정신, 평화와 조화, 문화적 교류, 친선과 통합 등이 아시아올림픽 평의회 문건들에서 찾을 수 있는 핵심적 가치들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기간 내내 북한 선수들의 태도는 대회의 정신에 어긋나 보였습니다. 한국 선수들과 일본 선수들을 향해 적대적이고 용렬스런 행위들을 보였는데요. 겁박하는 행동을 취하고, 상대 선수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며 존중하지 않는 언행을 일삼고, 심지어 상대 국가를 무시하는 태도도 보였습니다. 운동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기본자세에 반하는 행동이 안타깝고 낯 뜨거웠습니다.

아시아경기대회 내내 보여준 북한 선수들의 특이한 행동과 언사들은 세계 언론이 다룰 정도로 눈에 띄었습니다. 서구 언론들은 북한 선수들의 이러한 태도를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즉 남한에 던지는 적대적 신호이자 신냉전적 국제 관계의 긴장 속에서 중국에 대한 지지의 표시였다고 해설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히려 이건 북한 당국이 최근 4년 어간에 보여준 대외적 쇄국정책과 대내적 주민단속 정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보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주민들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못하도록 철저한 쇄국정책을 고수해왔지요. 특히 북한 당국이 가장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단연 한국입니다. 세계 청년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문화와 한국 청년들의 경쾌한 태도, 밝고 긍정적이고 따뜻한 사고방식에 북한 선수들이 영향을 받을까 두려웠던 겁니다. 따라서 출국 전 북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국과 일본 선수들을 적대하고, 무시, 외면하라는 식의 사상교육을 강하게 했겠지요.

한편 북한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난처했을 수 있습니다. 같은 경기종목의 또래 선수들끼리 지난 4년간의 힘겨웠던 훈련의 소회를 서로 나누고, 다독여 주고, 우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자칫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청년교양보장법’ 등에 위반되는 행동이라고 지적받지 않을까 더욱 조심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대유행병 이후 처음으로 해외 경기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이 지시, 감시 또 성적에 대한 큰 부담으로 두 주간을 보냈을 텐데요. 이 같은 북한 당국의 태도는 우애와 친선, 상호 존중이라는 아시아경기대회의 기본 가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선수들의 역량을 키워줄 좋은 기회마저 박탈해 버렸습니다. 국제경기대회의 정신이자 원칙인 연대와 친선, 문화적 교류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북한 청년들이 세계 선수들과 당당하게 교류하며 경험하고 역량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절호의 기회를 빼앗은 셈입니다.

북한 사회 전체적인 안목으로 봐도, 이 같은 통제와 검열과 강압의 정책이 북한 청년들에게는 심리적 위축과 불안정을 유발함으로써, 청년들의 자기 개발과 성장 가능성 즉 잠재력을 숨 죽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란 점을 생각하면 더 큰 손실로 보입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