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전민과학인재 육성을 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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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은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과학의 날’입니다. 매년 세계 과학의 날을 기념하고 있는 유엔의 교육 과학 문화 기구 유네스코(UNESCO)는 올해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오늘날 과학의 역할과 과학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폭넓은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드리 아줄리(Audrey Azoulay) 유네스코 총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유네스코 성명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오늘날, 세계에서 과학적 발전을 지원하고 과학의 이해를 강화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밀고 가야할 책무’라고 강조했는데요. 백신(왁찐)이 최근의 코로나 19는 물론이고, 과거 홍역과 소아마비 같은 각종 전염병의 확산을 중단시킨 결정적인 역할을 보면, 과학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를 강조하고도 남습니다. 또한 에너지와 농업의 혁신은 농약과 비료 사용을 줄이면서도 곡물 생산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아줄리 총장은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과학과 현재 인류의 생활은 떼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한 과학은 세계를 더 안정적인 발전의 방향으로 이끌 것입니다.

북한당국의 생각도 큰 틀에서는 유네스코의 생각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전민과학인재 양성을 다그치며, ‘전체 인민을 높은 과학기술을 소유한 시대의 주인공으로 준비시켜 과학기술 발전을 적극 추동’하라고 촉구합니다. 특히 일꾼들에게 세계적인 발전추세와 발전 동향을 연구해 혁신적인 안목과 자질을 갖추라고 주문합니다.

그런 차원에서인지 ‘세계과학의 날’을 맞아 노동신문도 과학 관련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북한의 산업 여러 분야에서 과학기술보급실을 마련하고 선진과학기술을 도입하려는 노력들을 소개했는데요. 농업분야의 과학적 접근에 대해 소개하는 기사가 눈을 끌었는데요. ‘과학농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주제의 기사인데, 과학농사의 관점에서 한 평당 얼마나 많은 모 포기를 심어야 하는가를 놓고 설왕설래했다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즉 농업부문의 한 간부가 한 평에 몇 포기 모를 심어야 하냐는 문제를 쉽게 설명한 것을 두고 과학적 접근인양 크게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과학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의 기초적 농업 지식으로 보이고요.

오히려 제가 눈여겨 본 내용은 다른데 있었습니다. 농업과학기술보급실에서 ‘국가망’으로 ‘농업과학기술자료를 뽑아 자료기지를 구축’하고 영농방법을 지도했다고 설명한 대목인데요. 북한의 농업부문에도 국가망 인트라넷을 이용한다는 점이 희망적으로 보였습니다. 농장이나 농촌지역의 인민위원회 등지에서 국가망을 이용해 자료를 받고 강연을 하는 수준이라면, 국가망 이용의 일반화와 대중화의 실현은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인민위원회나 연합기업소가 사용하는 국가망을 조금만 더 확장하면 농촌지역의 학생들과 교사들도 충분히 국가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습니다. 국가망을 학교 교육시설로 연장해 설치하면 세계적 과학 추세에 맞춘 첨단 과학서적들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제공할 수 있고요. 이것은 북한당국의 전민 과학인재 육성이라는 주요 정책에 부합하는 실천방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기사들에서 실망스러운 점들도 발견됐는데요. 과학농업을 강조한 기사는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풍년이 드는 것은 과학입니다. 다음해에는 정보당 10톤 이상 내겠습니다”라는 결론을 내온 지점입니다. 예측하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되짚어보고 실험하는 것이 과학적 접근의 기본인데, 북한당국은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것이 과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말은 과학적으로 사고하라는 건지 스스로 생각하지 말고 맹목적으로 하나의 주장만을 추종하라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또 일꾼들에게 ‘목적의식적인 학습’으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독려한 다른 기사도 유사한 결론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즉 ‘불후의 고전적 로작들과 당문헌’의 학습을 생활화하라는 주문이었는데요. 각급 일꾼들에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과학적 사고를 하라고 강조하면서 수십 년 전의 ‘주체농법’과 ‘고전노작’을 학습자료로 삼으라니, 과학에서 ‘세계적인 발전추세와 앞으로의 발전 동향’을 연구하라는 주장과는 정반대입니다.

지금 과학분야에서 세계적 추세로는, 고성능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암을 연구하고 유전자를 분석하고 우주탐사까지 할 수 있게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있고요. 건강관리를 위해 유전자 연구와 mRNA 기술로 의료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인터넷 가상공간을 실사인 듯 활용한 다양한 산업들과 로봇공학과 산업 유통부문에서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 체계를 확대하고 있고요. 농업에서는 로봇공학과 첨단 무인비행기를 이용한 농업혁신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전 학습된 내용으로 대화가 가능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또한 현재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활용하는 과학기술입니다. 그리고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 4만 2천 개를 쏘아 올리고 그 위성에서 최고 속도의 인터넷 통신을 발사해 지구의 어느 구석도 인터넷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도록 하자는 계획도 세계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의 과학발전이 북한주민들에게도 빠른 시일 안에 차려지길 바라는데요. 그런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것을 과학이라고 자랑할 것이 아닙니다. 그 대신 학생들이 세계적 수준의 과학서적을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망을 각급학교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연결시키는 것이 더 급선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