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 주민들이여 법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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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은 ‘세계인권의 날’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는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합니다.

1940년대 세계 인구의 3%에 해당하는 7~8억 명이 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는데요. 대규모의 잔혹하고 처참한 인명 살상을 경험한 국제 사회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자각을 하게 되고요. 세계 지도자들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간 편집과 정리를 거쳐 1948년 ‘세계인권선언’으로 채택됩니다.

이후 세계인권선언은 유엔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 되었고 여러 인권 주제별 국제법과 인권 협약의 핵심적 근거가 됐습니다. 따라서 세계는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하며, 인종이나 피부색, 종교, 정치적 이념이나 생각, 태어난 나라나,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 인권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습니다.

즉 ‘세계인권선언’은 유엔에서 세계 모든 나라의 인권을 논의할 때 가장 기초적으로 참고하는 문건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북한의 형법 등에서 말하는 ‘인권'도 세계인권선언에서 정의한 보편적이고 천부적인 인권에 기초한 개념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서 논의할 때도 세계인권선언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8일,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해, 북한 전반에 대해서 연구하는 ‘통일연구원’이 학술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해 유엔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결의안을 지난 20년간 채택하고 있는데요.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지난 기간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이 제안한 권고안을 살펴보고, 북한 당국이 유엔에 실행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내용도 살펴봤습니다.

유엔 무대에서 북한 당국이 실행을 약속한 인권 관련 내용 중에서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생활면에서 긍정적 변화를 끌어낸 내용도 없지 않습니다. 동시에 국제적 인권 기준에 역행하는 상황은 아직도 많습니다.

먼저 북한의 인권 부문에서 후퇴했거나 개선의 여지가 발견되지 않는 내용들 몇 가지 꼽아보겠습니다.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를 해체하라는 유엔의 권고는 국제 사회의 가장 큰 근심거리입니다만, 북한 당국은 ‘관리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치범들을 평생 격리하고 박해하는 관리소는 여전히 북한 안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은 사형 제도 폐지를 주장하지만, 18~19세기의 전근대 시기 형벌인 공개처형을 북한은 아직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나라 정보를 유입하거나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법도 새롭게 채택, 강화됐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말하는 건데요. 이런 법은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원하는 문화를 즐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권선언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명백한 인권 후퇴 정책입니다.

그리고 지역과 성분에 따라서 교육과 직업 배치에서 차별을 없애라는 권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오랜 기간 고착화된 관행으로 뇌물을 주고 거주지를 이전한다면 모를까, 원칙대로라면 부모의 성분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다행스럽게도 북한당국이 외면하거나 거부하는 권고안만 있는 것은 아닌데요. 예를 들어 일반 주민들은 잘 알 수는 없겠지만, 교화소나 구류장 같은 구금 시설에서 예전에는 마구잡이식 폭행과 고문이 자행됐으나 2015년경 이후에는 폭행을 휘두르지 말라는 방침을 내려 단속했다고 합니다. 이건 인권이 개선된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유엔 결의안은 주민들의 식량권을 보장하라고 권고도 했는데요. 북한 당국은 사실상 식량 증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는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개선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소한 국제적 평균 수준으로 인권이 개선되기까지 집중적인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만, 아주 미세하지만 변화가 발견되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여기서 우리 청취자분들께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첫째, 북한 주민 여러분들도 다른 세계 시민들처럼 ‘세계인권선언’ 내용들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유엔의 모든 회원국과 정부 기관, 모든 개인들은 이 인권선언의 내용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내용도 선언에 포함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의 생활 속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 바로 인권 선언의 조항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란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로, 북한의 국내법도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할 데 대한 조치들을 대체로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국내법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에 따라 주민들이 충분히 누리게 되어있는 권리도 북한 당국의 무관심과 전체적인 전근대적 사고방식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직업배치에서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법 내용만 알고 있어도 그리고 세외부담방지법으로 학생들에게 사회적 과제 제출을 못하게 막는다는 사실만 알아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