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성탄절을 즐기는 사람들
2019.12.27
2019년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일년 삼백 육십 오일이 언제나 똑같이 24시간으로 된 하루하루지만 12월이 중반을 넘어가게 되면 뭔가 다른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연말이라서 한 해를 마감한다는 의미 때문일 수도 있지만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주는 흥겨운 사회분위기의 영향도 크다고 봅니다.
북한에서는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을 기념하지 않지만 남한을 포함한 지구상의 대다수 나라에서는 12월 25일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휴일로 삼고 연말 분위기의 의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이건 동양이냐 서양이냐 또는 기독교 기반 사회냐 아니면 불교 등 다른 종교가 주류인 사회냐 라는 종교의 경계도 초월한 현상입니다.
남한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에 큰 전나무를 세우고 나무 가지마다 별이나 동물 모양 또는 종 모양의 색색가지 전구를 달아서 불빛을 밝히고 분위기를 띄웁니다. 이 장식물을 영어로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부르는데, 집집마다 또는 상점마다 겨울철이면 이 장식물을 세워두기도 합니다. 많은 상점들은 크리스마스 캐롤이라고 일컫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흥겨운 노래들을 틀어서 축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가족들과 친구들 사이, 또는 연인들 사이에는 예쁜 그림엽서에 한 해동안 열심히 잘 보냈고 감사하다는 덕담을 적어서 주고 받기도 하고, 의미 있는 선물들도 교환합니다. 남한에서는 주로 친구들과 연인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기독교 문명이 사회문화의 기초가 된 유럽 등 서구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입니다. 우리로 치면 설날과 같은 큰 비중을 두는 명절입니다. 그래서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 성원들이 이 날만은 한데 모여서 서로 정을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의 큰 명절입니다.
원래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로 기독교에서 출발한 명절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는 전체 인구 중 기독교인의 비율이 약 30프로 정도이고 종교와 무관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50프로가 넘습니다. 하지만 비종교인들이나 불교 신자들도 크리스마스를 특별한 날로 여기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의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이렇듯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종교적인 의미를 두는 명절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전 지구적인 문화적 경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슬람 종교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인 터키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물품들을 판매하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기독교인은 거의 없는 나라지만 크리스마스를 한 두 달 앞두고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연말을 준비합니다. 기독교인들이 더 많은 남한보다 오히려 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일본 거리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데는 중국이 더 심합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 날을 공휴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여느 서방 기독교 국가들 못지 않게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냅니다. 이날을 상징하는 화려한 불빛 장식물들을 거리나 상점마다 진열하고 젊은 세대 사람들은 음식점이나 술집들을 다니며 모임을 즐깁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크리스마스의 흥겨운 분위기는 활기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25일이 휴일이다보니 연말까지 쭉 이어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남한사회에서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1월 1일 신년까지 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보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12월 한달 거의 2백 오십만 명, 1월에는 2백 9십만 명 이상의 남한사람들이 연말연시에 해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문화를 즐기는 것도 정부가 인민들에게 보장해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북한도 가입하고 비준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5조에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규약의 당사국 정부는 문화적 권리를 인민들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국제적 접촉과 협력을 통해서 과학과 문화 분야의 이익을 초래한다는 것을 해당 정부는 인정하라고 촉구합니다.
우리 청취자분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어떤 시간을 보내시나요? 내 인생과 나의 한해 그리고 내 가족과 주변을 돌아보고 감사의 마음을 서로 나누며, 한해를 마감하고 또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계획도 세우면서 마음을 다 잡는 시간을 잘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