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미국, 한국 등 ‘적대 세력’이 북 주민 인권 침해?
2024.10.18
세계 모든 나라들은 4-5년에 한 번씩 유엔 인권이사회에 자국민의 인권상황을 검토 받아야 합니다. ‘보편적 정례검토’, 영어 줄임 표기로 UPR이라고 하는데요, 11월 초는 북한 차례입니다.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를 앞두고 바로 지난 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가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지난 4월,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시민사회의 보고서와 북한 당국이 제출한 ‘국가보고서’를 종합해 오는 11월에 유엔 회원국들이 집중 토론하고 권고안도 제시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북한의 ‘국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정책과 법률, 실용적인 조치들을 채택해서 주민들이 인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보고서를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은 인권 보호를 위한 많은 법들을 채택하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 체계도 강화했다고 소개하며 법학대학에서 유엔의 기본적 인권 협약을 교육하고 일반 교과 과정에 사회주의 도덕법을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법률 내용은 북한의 내부 국가망 즉 인트라넷에 올려서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고 법조계 종사자들이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명권에 대해도 ‘타인의 생명을 극도로 비열한 동기로 침해한 사람만 사형에 처한다’고 주장합니다. 헌법, 형법, 형사 소송법으로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 ‘정보에 접근할 권리’도 보장하는데 국가망의 정보 서비스가 개선되어 관련 정보도 확대됐다고 합니다. 건강권, 교육권, 식량권, 주거권, 문화적 삶을 누릴 권리도 지난 4년 이상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다양한 친인권 정책들에 따라 잘 실현된다고 보고했습니다.
보고서의 결론에는 국가 발전과 북한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에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적대세력의 고립정책과 군사적 위협’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의 적대세력은 ‘사회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존엄한 국가의 위상을 더럽힐 목적’으로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노동신문에서 하듯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로 국제사회를 선전선동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현실과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내용에 큰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네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선 사형에 대해서입니다.
지난 22년과 23년에 북한은 형법 개정을 통해 사형에 처할 죄목을 11개에서 16개로 늘렸습니다. 무기와 탄약, 폭발물의 비법적 제조와 사용 관련이 한 축이고 그 외는 반국가, 반체제 행위에 대해 사형을 내립니다. ‘극단적으로 비열한 동기’로 살해한 경우만 사형을 내린다는 주장과 다르지요.
또 지난 2019년에 제출했던 국가보고서는 북한 형법이 정한 '18살이 안 된 사람'과 '임신한 여성에 대해서는 사형 집행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자랑했는데 올해 보고서는 이 내용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국가, 반민족 범죄’라는 죄명은 권력의 자의적 결정으로 사형 집행을 가능케 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유통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집행했다는 북한 내부 소식 보도가 많았는데 이 희생자들 중 18세 이하의 아동이 포함된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두번째로 인권증진을 위한 법 제정에 대한 북한 당국의 보고도 현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대규모의 법 제정이 지난 몇 년간 있었지만, 주민들의 현실에 적용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형사범의 경우는 법에 따라 큰 무리 없이 체포 구금 절차를 거치지만, 외부 녹화물이 적발되면 현장에서 보안원들의 무자비한 폭행이 현장에서 이어진다는데요. ‘구타행위방지법’도 신설했고, 법 관련 간부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주지 말라는 대책안도 내보냈다고 했지만 주민들의 현실은 완전히 딴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인트라넷입니다. 내부소식통들은 컴퓨터 능력이 간부 선발에 우선 순위이므로 나이 많은 간부들도 사사로 컴퓨터 배우기에 바쁘답니다. 학생들도 컴퓨터 사용법은 배우지만 학교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 학생들의 인트라넷 사용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한국 시민단체가 연구한 자료는 탈북민들 중 15%만이 북한에서 인트라넷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 모든 나라의 소식을 보는데, 북한 주민들은 자국 정보도 접근이 안 되니 국제 인권 기준에 한참 미달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권 증진 노력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북한 당국은 인권 증진 노력을 적대세력이 막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은 사형을 내리는 죄목에 사소한 범죄들을 대거 늘렸고 무기형 등 장기 교화형 대상 죄목도 상당히 늘렸습니다. 청소년들이 외부 녹화물에 접했을 때도 심각한 형사처벌까지 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의 청년도 이 같은 죄목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이뤄지는 이유가 '적대세력' 때문이라는 핑계를 댑니다.
북한 당국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외치지만 사실은 ‘인민’을 가장 큰 체제 위협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지 않고서야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즐기는 영화와 드라마를 본 것이 심각한 반국가 범죄가 되고 유통한 사람이 처형까지 당하지는 않겠지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