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4.11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선택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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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이후 한국 정부는 미북 간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문 대통령이 1 3일의 빡빡한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양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합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톱다운(Top-down) 핵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원칙들을 재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FFVD of DPRK’ 즉, ‘최종적이고 충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가 불변의 목표임을 다시 한번 밝혔고, 북한이 그러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지 않는 상태에서 제재의 완화나 해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미북 간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Step by Step’으로 즉 차근차근 가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이미 생산한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그리고 미사일과 화생무기를 대부분 그대로 둔 채 영변 핵시설만 동결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며, 제재완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기존의 자제에서 벗어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입니다.

북한은 2018 4 20일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무기 병기화 완결”과 “세계적인 핵강국으로의 재탄생”을 천명하면서 핵보유의 바탕 위에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병진정책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즉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한 상태에서 경제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2018 4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월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9월 평양의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도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거부하고 ‘핵없는 한반도,’ ‘한반도 비핵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는 북한에서는 ‘조선반도 비핵화’로 불리는 표현이며,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한국에게 제공하는 핵우산과 모든 핵 영향력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사술적 표현입니다. 이제는 미국도 이 표현이 가진 기만적인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같은 표현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FFVD of DPRK,”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이 제재를 풀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고자 한다면 우선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버리고 국제사회가 원하는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동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4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 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면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다면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결국 영변 핵시설 만을 동결하는 대가로 제재해제라는 선물도 받고 이외 지역에 있는 핵무기와 핵시설들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던 하노이 회담에서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며, 북한이 이 입장을 고수하는 한 북핵 해결을 위한 미북 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를 향하여 “오지랖 넓은 중재자나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는 오로지 북한 편에 서서 북한의 입장과 주장 만을 대변하라는 요구로서 현실에도 맞지 않고 표현도 지나치게 비외교적입니다. 북한이 중국의 동맹국이듯 한국도 미국과 70년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체결되고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게 된 원인이 북한의 6.25 남침과 빈번한 무력도발 때문이었다는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그리고 핵무기를 만들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국제질서에 반하는 행동이었음을 인정한다면, 한국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것입니다. 이란은 2015년에 핵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정에 서명했지만 핵포기를 확실하게 결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끊임없이 의심을 받은 끝에 트럼프 대통령이 2018 5월 협정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다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란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그만큼 고립은 깊어지고 인민의 고통도 길어질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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