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심상치 않은 미얀마 사태
2021.03.17
미얀마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군부가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지 한달 보름이 지나는 현재 쿠테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숫자가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3월 14일 양곤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시위의 성격도 쿠테타의 배후로 의심받는 중국에 항의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중국대사관과 중국 기업들도 시위대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미얀마는 원래 버마로 불렸던 나라입니다만 1988년부터 국명을 미얀마로 바꾸었습니다. 미얀마는 1962년 네윈(Ne Win)장군이 쿠테타로 집권한 이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배척하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고집하면서 고립과 은둔의 길을 걸었으며 2015년까지 장장 53년동안 군사독재가 이어졌습니다. 1988년에는 군사정부가 민주화 시위에 대해 피의 진압을 강행하여 3천여 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총선에서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통합단결발전당이 승리하여 군부 출신인 테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했는데, 이에 앞서 2008년에는 헌법을 개정하여 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 자동 할당하도록 했습니다. 2010년 총선으로 탄생한 정부는 외형상 민간정부였지만 퇴역군인들이 요직들을 장악한 군사독재의 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인 세인 대통령은 민주화 투사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포함한 2천여 명의 정치범을 석방하고 그동안 탄압 대상이었던 소수민족들과의 화해를 시도했으며, 해외자본 유치, 경제특구 지정, 대미관계 개선 등의 개혁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버마는 2012년 대사급 관계를 수립하고 미국은 경제제제를 해제했습니다. 이어서 2015 총선에서는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민주화 세력이 승리함으로써 53년에 걸친 군사정부가 청산되었습니다.
2020년 총선에서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83.2%라는 더욱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헌법에 의해 군부에 배당된 25% 의석을 빼고도 62%의 의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둔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화 세력의 압승은 군부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민주정부가 투표의 25%를 군부에 자동 배정하는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군부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고, 결국 2021년 2월 1일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인 장군이 주도하는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권력을 장악한 쿠데타 정부는 1년간 비상사태 선포하고 윈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했으며, 수도 네피도와 최대도시 양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총칼로 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유혈사태를 빚어낸 쿠데타 정부에 대한 규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영국, 뉴질랜드, 유럽연합 등이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을 포함한 미얀마 군부 인사들에게 자산동결 제재를 부과했고,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전 세계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폭력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월 28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UN)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 선거로 표출된 미얀마인들의 뜻을 존중하고 억압을 멈춰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미얀마 군부에게 보내야 한다“ 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앞선 2월 26일에는 한국 국회도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여 주한 미얀마대사관에 전달했으며, 서울 용산구에 소재한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과 한국불교의 스님들이 미얀마 민주화를 기원하는 모임과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얀마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합니다. 과거 미얀마 군사정부는 외세의 도움이나 간섭을 배제하고 불교식 이상주의에 사회주의를 접목한 소위 ‘미얀마식 사회주의’를 고수했습니다. 말하자면, 북한이 유지하고 있는 ‘우리식 사회주의’와 유사한 체제를 고수했던 것입니다. 미얀마가 또 다시 그런 체제로 복귀할지 아니면 혼돈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로 복귀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한결 같은 바램은 하루 속히 유혈사태가 종식되고 국민이 원하는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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