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김여정 담화문
2021.03.24
지난 3월 16일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또 다시 대남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담화문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간도 크게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엄중한 도전장을 내고 있다”면서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방식의 지휘소훈련”이라고 광고하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철면피하고 어리석은 수작”이라고 했습니다. “연습 규모가 50명이든 100명이든 그리고 형식이 어떻게 변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들을 없애버리고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파기해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을 향해서도 거친 표현을 담아냈습니다. 김 부부장은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 면서 “앞으로 4년간 편한 잠을 자고 싶다면 시작부터 잠을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로 갓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일침을 가했습니다.
물론, 김 부부장이 대남 또는 대미 비방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김 부부장은 작년 6월 4일 담화에서도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본 척 하고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면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날려 보내는 대북 전단을 비난했고,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철거, 공동연락사무소 폐지, 군사합의 파기 등을 경고했습니다. 이어서 6월 9일에는 남북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했고, 6월 16일에는 한국이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 단장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해버렸습니다. 김 부부장은 그외에도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한다”, “겁먹은 개가 더욱 요란하게 짖는다” 등 외교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비방들을 쏟아낸 바가 있으며, 금년 1월 제8차 당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도 한국 정부와 군을 겨냥하여 ‘기괴한 족속’, ‘특등 머저리’ 등의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잠 설칠 일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과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일본, 한국, 중국 등과 연쇄 회담을 시작할 무렵에 담화문이 나온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면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즉, 북한이 새로이 출범한 바이든 정부와의 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있고 미국이 고분고분하게 나오지 않으면 미국이 싫어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3월 17일 도쿄에서 개최된 미일 2+2 회담에서 양국의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은 중국을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핵, 미사일, 인권 문제 등을 중심으로 확고히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했으며, 3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2+2 회담도 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 및 미사일 문제가 양국의 최우선 공동관심사임을 확인했습니다. 다음날인 3월 19일에는 알래스카에서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과 설리번 안보보좌관이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및 왕이 외교장관과 만났는데, 미국이 신장, 위구르, 홍콩, 대만 등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과 중국의 사이버 공격, 미국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등을 거론하여 양국 간 날카로운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미국은 중국의 위협과 북핵 문제를 아시아의 최우선 관심사로 보고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런 의지가 북한정부가 발표하는 담화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국방부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의 북쪽에 있는 창린도에 240mm 개량형 방사포를 실전배치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창린도는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해안포 사격을 금지한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 내에 위치해 있는데, 지난 2019년 11월에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했을 때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하여 9·19 군사합의 위반 논란을 불러 일으킨 곳입니다. 개량형 방사포의 사거리가 60km인 점을 감안하면 인근에 있는 한국의 백령도와 연평도가 사거리 내에 들어가지만, 국방부는 무기 배치만으로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적대행위 금지구역에 신형 무기들을 배치하는 북한군의 행위가 필연적으로 한국군의 대응을 초래하게 되어 군사합의를 무력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발표된 김여정 부부장의 비방 담화문은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기여할 뿐 평화와 안정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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