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2021.03.31
지난 3월 25일 북한이 두 발의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오전 7시 4분과 23분에 발사된 이 미사일들은 각각 420km와 430km를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바깥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은 2018년 초부터 대남∙대미 평화공세를 펼치면서 한동안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지만, 2018년 6월 12일과 2019년 2월 28일에 가진 미북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2019년 5월 4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KN-24 등을 포함한 다양한 미사일들을 발사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대미용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북한 비핵화’를 수용할 뜻이 없고 반대로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지켜 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핵질서를 관장하는 국가가 미국이므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 관계를 정립하기를 원해왔고, 북한의 이러한 목표가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과 상충되어 지난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도 결렬로 끝났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을 앞세우며 목표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왔습니다. 평양정권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 공화국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의 모든 수단과 장치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주한미군, 한미 연합훈련 등이 존재하는 한 자신들도 핵무기를 고수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작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각종 신형 핵무기들을 선보인 것이나 금년 1월 제8차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핵무력 고도화를 선언하고 대륙간탄도탄 성능개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전술핵 개발,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들을 천명한 것도 그런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3월 16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방하는 담화문에서 “미국이 다음 4년동안 편한 잠을 자고 싶다면 잠설칠 일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미사일 발사를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에서 정부가 교체되면 도발적인 행동을 통해 새 정부를 시험하고자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핵대화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즉,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가져다 줄 협상을 위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위협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천명했고, “북한이 긴장고조를 원한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유엔 북한제재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리결의 1718호를 거론했지만, 사실 북한의 행동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모든 발사를 금지한 2009년 안보리결의1874호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노동당 중앙군사위 리병철 부위원장은 3월 27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유도탄 시험발사는 주권국가의 자위권에 속하는 행동”이라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가장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요약컨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은 미국에게 어떤 대북자세를 취할 것인지를 물었고, 미국은 “미북간 대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로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 인정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분석가들은 북한이 앞으로도 미국을 자극하고 한국을 위협하는 고발적 행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차 당대회때 공언했던 핵무기 고도화 작업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긴장 고조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과 궁핍을 외면하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하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그렇게 해서 과연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라는 목표를 얻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핵무기를 고수하는 것이 주민들의 복지와 행복에 무슨 기여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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