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미 미사일지침 제4차 개정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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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한미 미사일지침(Missile Guidelines)의 4차 개정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삭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비가 저렴하여 인공위성을 손쉽게 발사할 수 있으며, 군사용 미사일에 사용되는 경우 연료주입 시간이 필요없어 기동성과 신속성을 기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게 미사일 개발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시도를 잠재우기 위함이었지만, 한국이 핵개발을 포기한 이후에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반확산’ 차원에서 한국에게 일정 수준이 넘는 미사일의 개발을 자율적으로 규제해줄 것을 요구했고 한국은 이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그것이 1979년의 한미 미사일지침이었습니다.

사실 박정희 정부에게 있어 1960년대와 1970년대는 북한의 무력도발로 인해 뒤숭숭했던 시련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의 설득으로 핵개발을 포기했고, 미사일 개발도 자율 규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즉, 사거리 180km 이상과 탄두중량 500kg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북한은 그 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을 복제한 북한판 스커드 미사일을 만들었고, 1990년대에는 사거리가 수천km인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노동, 대포동 등을 제작하여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에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는 북한이 영변에 다양한 핵시설을 건설해놓고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핵 문제가 국제적 골칫거리로 부상한 시기였습니다. 한국군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남북 간 미사일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2001년 한국 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까지 늘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이 제1차 개정이었습니다. 한국군에는 사거리 300km로는 대북억제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았지만, 한국 정부는 핵무기 확산과 미사일 확산을 방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에 부응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은 이후에도 급증했습니다. 북한은 2006년에 첫 핵실험을 그리고 2009년에 두 번째 핵실험을 했고, 이와 병행하여 액체 및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각종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것들이 나중에 북한에서 화성10호(무수단), 화성11호(북극성), 화성14호, 화성 15호 등으로 부르는 미사일로 등장하게 됩니다. 2017년에 선보인 화성14호와 15호는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1만 km가 넘는 사거리를 가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이었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일취월장하는 중에도 미사일지침을 준수하는 한국은 2010년대 초반까지 사거리가 고작 300km인 현무-2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었고, 순항미사일은 좀 더 긴 사거리를 가졌지만 탄두중량에 심한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 제2차 개정을 통해 미사일지침을 좀 더 현실적으로 고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로 늘리고 800km 이하의 미사일은 탄두중량을 반비례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고, 무인항공기(UAV)의 탑재중량도 늘렸습니다. 다만 우주발사체, 즉 로켓의 고체연료 사용에 대한 제약은 여전히 남겨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제3차 및 제4차 개정을 하게 됩니다. 제3차 개정은 북한이 2017년 7월 29일 화성14호를 발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11월에 한국군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한 것을 말합니다. 2020년 7월 28일자로 단행된 제4차 개정은 로켓에 고체연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미사일지침의 제4차 개정이 발표된 지 엿새만인 지난 8월 2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남조선이 우리를 겨냥한 첨단무기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대결 흉심을 드러냈다"고 비난했지만, 이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이는 인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을 무시한 채 그리고 온 세계의 요구와 유엔안보리의 결의까지 어기면서 일약 핵보유국에 미사일 강대국으로 등장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반확산 지침들을 준수하느라고 핵개발을 포기하고 미사일에서도 북한보다 한참 뒤쳐져 있는 한국을 향해 할 수 있는 비난은 아닐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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