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중국-호주 갈등 어디까지 가나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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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통신장비 제조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었습니다. 화웨이는 그동안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부터 각종 반도체와 부품들을 공급받아 통신장비들을 제조해왔지만, 9월 15일부터 공급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처를 확보하는 계획에 착수한 상태이지만, 과연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뚫고 IT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호주 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미국보다 7년 앞선 1972년에 중국과 수교하여 광물자원과 농산품을 수출하고 중국은 공산품을 수출하는 상호호혜적 관계를 꾸려왔으며, 2015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었습니다. 그랬던 두 나라가 지난 4월 호주의 모리슨 총리가 미국 및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4월 29일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호주는 중국 신발 밑에 달라붙어 있는 껌과 같으므로 가끔 돌에다 문질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5월부터 호주산 쇠고기의 수입을 제한했고, 중국산 맥주의 원료로 쓰이는 호주산 보리에도 80% 관세를 부과했다가 최근엔 아예 수입을 금지해 버렸으며, 호주산 와인에 대해서는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자국민에게 호주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령도 내렸습니다.

물론, 중국이 안하무인식으로 호주를 밀어 붙이는 직접적인 배경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호주 경제의 특성입니다. 호주는 교역의 1/4을 중국에 의존합니다. 호주의 주요 수출품은 철광석, 석탄, 금, 천연가스 등 광물자원과 농산품이 다수이지만 10대 수출품목 중에는 관광산업과 교육산업도 포함됩니다. 외국 관광객들과 호주에 유학을 온 외국학생들이 쓰고 가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2019년 한해 동안 13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호주를 방문하여 15조 원을 쓰고 갔으며, 17만 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호주 대학의 재정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호주가 중국과 등을 지면 치명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그림에서 보면 결국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이 갈등의 원천적인 배경입니다. 즉, 중국과 호주 간의 갈등은 미국이 중국의 대국굴기 행보에 제동을 걸고 호주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며, 이 현상은 호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7월 미군의 사드(THAAD) 기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수용한 직후부터 중국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사드 포대의 한국배치를 유발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사드 배치의 주체인 미국도 아닌 한국을 때리는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은 소국인 한국이 대국인 중국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소위 ‘종주국 마인드’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호주 때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호주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일찌감치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며, 미국과 함께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QUAD 즉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QUAD는 2007년에 일본이 처음 제의했다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가시화시킨 구상으로서 중국을 ‘국제사회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제법과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경시하며 남중국해와 주변국의 이해를 침해하는 국가’로 평가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서태평양의 경제질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렇듯 현재 진행되는 중국 호주 갈등의 배후에는 신냉전이라는 근본적인 배경과 양국간 경제관계라는 직접적인 배경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형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권을 중시하며 법치와 개방성을 근본 가치로 삼고 있는 호주가 중국에게 한 편이 되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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