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국경을 넘은 손흥민의 몸값 이야기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8.09.26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18회 아세안게임 폐막식 직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축구경기는 한국 국민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이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한국과 일본 간에는 아세아 축구의 정상을 다투는 묘한 경쟁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었지만 한국 선수들은 연장전에서 두 골을 성공시켜 숙적 일본을 2대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해외에서 프로선수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연장전에서 골을 넣은 선수도 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와 독일에서 활동 중인 황희찬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팀의 정신적 리더는 단연 손흥민 선수였습니다. 손흥민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에서 공격수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에 아세안게임을 위해 한국팀에 합류하여 매 경기마다 폭발적인 어시스트 능력을 발휘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손흥민은 인도네시아 현지매체인 자카르타 포스트가 발표한 ‘아시안게임 최고 스타 5인’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축구경기가 국민의 관심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헌법은 모든 남자들에게 군복무를 필하도록 하는 병역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의 병역제도는 하계올림픽에서 금은동 메달을 따거나 아세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 군복무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손흥민 선수에게 있어 이번 결승전은 조국에 금메달을 안겨줄 기회이기도 했지만, 우승을 하지 못하면 군복무를 위해 2년 동안 유럽에서의 활동을 접어야 하는 기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한국이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경우 손흥민의 군복무가 얼마짜리가 될까 하는 것이 화제거리로 등장한 것입니다. 즉, 손흥민 선수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 벌지 못하는 돈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손흥민의 몸값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인데, 이는 손흥민이 국경을 초월한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성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포츠 전문 매체인 독일의 슈포르트, 미국의 폭스스포츠 등은 “손흥민이 현재 토트넘에서 주급 9만5000 유로, 즉 일주일에 1억 2200만원을 받는데, 손흥민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월급 5억 원을 받는 스타 선수에서 월급 30만 원을 받는 군인이 될 것” 이라는 익살스러운 기사를 올렸습니다. 그러니까 2년 동안 100억원 정도의 돈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손흥민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이적료가 최소 1,200억 원이어서 손흥민이 군복무를 하게 된다면 최소 1300억 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계산을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한국이 이김에 따라 한국 축구선수단 전원이 병역을 면제받았기 때문에 이 계산은 쓸모가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손흥민은 유럽팀으로 복귀했고, 다시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한국인 축구스타로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은 손흥민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안정환과 박지성도 병역 혜택을 받았고, 미국에서 ‘코리안 특급’으로 불렸고 1998년 방콕 아세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스타 박찬호도 같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큰 돈도 벌어들인 행운아들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라면, 197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하여 해외진출파의 원조로 불리는 차범근 선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53년생인 차범근은 선수생활을 마감한 이후에도 국가대표 감독과 방송해설을 맡으면서 아직도 축구계에서 맹활약 중이며, 차범근 선수의 아들 차두리도 2002년 월드컵때 국가대표로 뛰었고 이후에도 독일에 진출했던 축구 스타였습니다. 이들 부자는 현재 명성에 걸맞는 부를 누리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축구 이야기는 이 말고도 많은데, 그 중에서도 히딩크와 박항서의 이야기가 압권입니다.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때 한국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한국팀을 4강에 올려놓는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일약 한국인들의 영웅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희동구’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런가 하면 박항서는 2017년부터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축구 불모지인 베트남에 축구열기를 불어넣은 한국인이었습니다. 이번 18회 아세안게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은 4강에 오르는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박항서의 축구팀은 환영 물보라가 뿌려지는 가운데 하노이 공항에 도착하여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북한에서도 국경을 넘나드는 인기와 부를 누리는 스포츠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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