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중국-필리핀 영유권 분쟁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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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국굴기·강군굴기를 강행하면서 전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면서 미·중 간 신냉전이 시작된 것에 더하여 지금은 유럽 국가들도 중국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의 급속한 군비증강과 공세외교에 가장 당혹해 하는 나라는 중국의 주변국들입니다. 일본, 호주, 인도 등 덩치가 큰 나라들은 중국과 자존심 경쟁을 벌이면서 군비를 증강하고 있습니다. 작은 나라들은 미국과의 군사협력으로 중국의 압박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필리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금 중국과 필리핀 간에는 남중국해에 있는 스카보러 암초를 놓고 영유권 분쟁이 그치지 않습니다. 중국명으로 황옌다오로 불리는 이 암초들은 필리핀에서 불과 230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거리상으로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중국이 이 암초들을 무력 점령한 후부터 필리핀은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도 필리핀은 중국의 해안경비대가 이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어민들이 설치한 어류군집장치(FAD)를 압수한 것에 대해 항의서한을 보내고 이 해역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필리핀 군용기를 향해 중국군이 레이다 전파를 쏘는 것에 대해서 비난했습니다. 이런 항의에 대한 중국의 답변은 늘 “중 국 해안경비대나 중국군은 정상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세계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 7월 12일 국제상설재판소의 판결이었습니다. 중국은 스카보러 암초를 점거한데 이어 남중국해의 남쪽에 있는 스프래틀리 제도에도 손을 뻗어 여러 개의 섬들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프래틀리 제도는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베트남, 대만, 중국 등이 섬들을 나누어 점거하면서 극심한 영유권 분쟁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스프래틀리 제도는 물론 스카보러 암초 해역에도 인공섬들을 만들어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 남중국해 장악을 위한 시도들을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이 중국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하여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판단을 요청한 것이며, 여기에 대해 국제상설재판소가 “중국이 그어 놓은 구단선과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들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판결에는“스카보러 암초들은 유엔해양법협약상 배타적경제수역이나 영해의 기점이 될 수 없다”는 내용과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필리핀의 어업활동, 석유탐사, 어로 등을 방해하여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면서 중국이 남중국해를 영해로 주장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판결한 것입니다. 물론, 중국은 요지부동입니다. 중국은 판결 자체를 무시한 채 하이난(海南)성 싼사(三沙)시 산하에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를 관할하는 행정관청을 설치하는 등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이런 행보가 필리핀 같은 주변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친미 행보와 친중 행보를 번갈아 취하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지그재그 행보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미국의 동맹국이 되었지만 1987년에 신헌법을 채택하면서 미군기지를 폐쇄하고 미국으로부터 이탈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필리핀은 1999년에 방문군협정, 2002년에 군수지원협정, 2014년에 방위협력확대협정 등을 미국과 체결하여 미군이 다시 주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 지금은 미군과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눈치를 보는 행보도 이어갔습니다. 2016년 중국을 방문해서는 중국과의 해양협력 강화에 합의하고 “미국과는 굿바이하겠다”고 했지만, 이듬해 미국과 정상회담을 할 때에는 미국을 “매우 중요한 동맹국”으로 치켜세웠습니다. 그의 지그재그 행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에 중국 통신회사가 필리핀에 진출하도록 우선권을 제공하여 ‘친중’으로 평가받았지만, 2019년 6월에는 “남중국해가 중국 영해라면 태평양의 3분의 1은 미국의 영해가 된다”면서 강하게 중국을 비판했고, 2020년 7월에는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제공해주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포기할 듯한 발언을 하여 주변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려고 주변국들을 밀어붙이는 것이 정녕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주변국들 사이에 반중(反中)여론이 확대되는 것은 결코 중국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며, 필리핀도 중국의 중요한 주변국입니다. 따지고 보면 필리핀에 미군이 다시 주둔하게 된 것도 결국 중국이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주변국들이 안심하고 협력을 구하는 개방된 이웃국가로 발전하는 것이 결국 중국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길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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