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 대선과 북풍
2021.10.13
평화공세를 펼치면서도 막말을 쏟아내곤 하는 북한의 언행 스타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금년들어 북한의 대남 언행들은 현란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고 할까요. 아니면 병 주고 약 준다고 할까요. 북한은 금년 9월 이후에만 네 차례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래놓고 10월 4일에는 남북 간 군통신선을 복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작년 6월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면서 군 통신선을 차단했고, 이후 13개월 만인 금년 7월 27일에 복원했습니다. 그랬다가 한미 연합훈련을 시비하면서 8월 10일 다시 일방적으로 차단했다가 55일 만인 10월 4일에 다시 복원한 것입니다. 통신선을 차단할 때나 복원할 때나 늘 일방적입니다.
매번 훈시조 담화를 발표하는 것도 늘 보여주었던 언행입니다. 북한은 작년에 통신선을 차단하면서도 그랬지만 금년 8월에 한미 연합훈련을 시비하면서 통신선을 다시 차단할 때에도 김영철 통전부장은 “잘못된 선택으로 엄청난 안보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협박투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금년 7월 원자로의 재가동, 농축시설 확장 징후, 미사일 발사 등에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통신선 복원에 대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실질적 토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던 한국 정부의 발표와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10월 4일 통신선을 복원하면서도 북한은 “통신선 복원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선결 중대과제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하라”는 훈육조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발언은 9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한 직후에도 이어졌습니다. 9월 24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문 대통령의 연설을 일축하는 담화를 내놓았지만, 일곱 시간 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흥미있고 좋은 발상”이라는 긍정적인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하루 후인 9월 25일에도 담화를 통해 “상호존중이 유지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논의할 수 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막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9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했는데, 이는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는 말로 한 나라의 정상에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아닙니다. 김 부부장은 9월 25일 종전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치는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우리를 향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가를 하여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라”면서 재차 거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온 양면 전술로 한국을 길들이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심심찮게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언급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202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사실상의 남북 단일팀 구성,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투표에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며, 종전선언 발표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 국민의 대부분은 기존의 대남전략을 유지한 채 핵무기 고도화에 여념이 없는 북한과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을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며, 미국도 미군철수, 유엔사 해체 등을 위한 수순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편입니다. 즉, 종전선언은 북한의 노림수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마치 그 누구의 청을 들어주는 듯이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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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