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추석, ‘그래도’ 가져보는 소망
2024.09.18
지난 8월 19일부터 열흘간 실시되었던 2024년도 한미 연합 ‘을지자유의방패(UFS)’ 훈련이 8월 29일 종료되었습니다. 함께 실시된 한미 해군과 해병대 연합 훈련인 ‘쌍룡훈련’도 8월 26일부터 9월 7일까지 13일 간 실시되었습니다.
을지훈련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 방어를 위해 실시하는 정례 연합 훈련으로서 금년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GPS 교란 및 사이버 공격,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위협과 최근 전쟁 양상 등을 상정한 다영역 훈련으로 실시되었습니다. 금년에는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48회의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이 실시되었으며, 북한의 핵공격에 대해 정부와 지역 책임 부대가 함께 대응하는 훈련도 실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해에서는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FA-50, F-5 전투기와 KA-1 공중통제공격기, 미 공군의 A-10 공격기 등 6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하는 대규모 실사격 공군 훈련이 있었습니다. 공군 공중전투사령부 주관으로 진행된 이 훈련에서 F-35A 전투기의 AIM-120C 공대공미사일 발사, KF-16 전투기의 GBU-31 공대지 유도폭탄 투하 등의 연습이 있었습니다. AIM-120C는 다수의 공중표적을 동시에 추적, 공격하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로 최대사거리는 60km 이상입니다.
한미 해군과 해병대가 2012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쌍룡훈련에서는 한미 연합참모단이 한국 해군의 마라도함에 탑승하여 포항 독석리와 화진리 해안 일대에서 벌어진 연합 상륙작전을 지휘했습니다.
한국 해병대의 마린온(MUH-1) 상륙기동헬기의 미국 군함 이착함 훈련, 미 해병대의 야외기동훈련(FTX) 등도 함께 펼쳐졌습니다. 미국은 31연대, 15연대 등 오키나와 주둔 미 제3해병원정단의 모든 상륙 전력을 투입했습니다. 이 훈련에는 한국 해군의 마라도함과 독도함, 미 해군의 복서함(BOXER) 등 함정 40여 척, 한국 해병대의 마린온 헬기, 육군의 CH-47 치누크 헬기, 공군의 C-130 수송기, 미군의 F-35B 전투기와 AH-1Z 공격헬기 등 항공기 40여대, 한국군의 상륙돌격장갑차(KAAV) 40여 대, 미 해병대의 차세대 상륙작전 장비인 차륜형 상륙전투차량 등이 동원되어 공중에서 공정 돌격부대가 투하되고 바다에서는 한국, 미국, 영국 등의 해병부대들이 상륙하는 가운데 한미 해군의 공기부양정(LCAC, LSF)에 의한 장갑 차량 및 전차의 해안 투사 등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육군항공사령부, 육군특전사령부, 육군 7군단, 공군작전사령부, 드론작전사령부,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국군심리전단 등 지상군 부대들도 지원작전사 자격으로 참가하여 상륙계획 수립, 탑재, 연습, 이동, 결정적 행동 등 5단계 훈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이번 연합훈련이 갖는 특별한 의미 몇 가지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첫째, 처음으로 북한의 핵공격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핵 및 미사일 위협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 아래 한미 양국이 실질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공유했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미군이 2017년부터 도입한 새로운 군사전략 개념인 '다영역 작전' 개념이 이번 훈련에 처음으로 적용되었는데, 이는 지상, 해상, 공중, 사이버, 우주 등 다양한 전투 영역에서의 작전을 통합 운용하는 작전을 연습한 것이며, 실제로 사이버 자산과 우주 자산이 활용되었습니다.
셋째, 코로나 사태 등으로 축소되었던 쌍룡훈련이 크게 보강되고 처음으로 한미 해병 지휘관이 한 배에서 통합 지휘하는 연습을 했다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요컨대, 양국 지상군이 주도한 지상 작전, 양국 공군이 주관한 공중 훈련, 양국 해군과 해병대가 주관한 상륙작전 등 입체적으로 펼쳐진 이번 연합훈련은 북한군이 남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14일 토요일부터 추석 다음날인 18일까지 5일간 연휴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의 부모님 또는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냈고, 많은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북한의 추석 명절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한반도에서 명절을 보내는 중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것들이 많습니다. 북한이 국가 역량에 맞지도 않는 과도한 군사력 증강과 핵무기 생산을 통해 주변국을 불안하게 하는 일을 중단하고 남북이 함께 잘사는 길로 들어선다면, 남북 모두가 군사연습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현되기 어려운 바람인 줄 알지만,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아 ‘그래도’ 하는 심정으로 가져보고 싶은 소망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