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바둑천재 신진서 9단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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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친황자르(秦皇假日)호텔 특별대국실에서는 한국 바둑팬들을 설레게 만든 세계바둑대회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이날 결승전에는 만 18세의 천재 소년 신진서 9단이 막 국내 랭킹 1위를 차지한 직후에 금년에 창설된 제1회 천부(天府)배 세계바둑선수권 대회에서 생애 첫 세계대회 제패를 위한 결승에 올랐기 때문에 한국팬들은 한국 바둑의 장래를 짊어질 신진서의 승리를 기원하면서 대회를 지켜본 것입니다. 3판 2승제로 열린 결승전에서 신 9단과 중국에서 한때 바둑 천재로 불렸던 천야오예(陳耀燁) 9단이 1승씩을 한 상태에서 최종대국을 가진 것인데, 신 9단은 207수 만에 불계패로 져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2000년생인 신 선수는 부산 출신으로 독학으로 바둑을 배워 만 12세에 프로 기사로 입단했고, 이듬해에 바둑의 신으로 불리던 이창호 9단을 이겨 세인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신진서는 승승장구를 계속하여 2018년 한 해에만 82승에 승률 77% 그리고 18연승을 기록하여 다승, 승률 그리고 연승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하면서 발군의 기량을 보였습니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했던 신진서는 준우승 상금 70만 위안(1억 1500만 원)에 만족해야 했지만, 앞날은 매우 밝습니다.

프로 기사들이 뛰고 있는 바둑세계에는 많은 세계기전과 국내기전들이 있습니다. 이들 대회에는 많게는 수억 원 작게는 수천만 원씩의 우승상금과 순위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에 바둑을 잘 두기만 하면 돈과 명예를 함께 거머잡을 수 있는 꿈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한 국제기전으로는 LG배, 농심신라면배, 삼성화재배, 응씨배, 춘란배, 바이링배, 황룡사배, 몽백합배, 국수산맥배, 시니어 바둑대회, 하세배, 이번에 창설된 천부배 등이 있는데,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이 스폰서하는 대회들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바둑은 동양인의 두뇌 스포츠였고, 중국과 일본이 많은 고수들을 배출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만, 호주, 미국, 말레이지아 등 여러 나라들이 프로기사들을 배출했고, 한국에서도 조훈현 선수가 붐을 일으키면서 많은 기사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이후 일본의 바둑이 퇴조하면서 현재는 중국과 한국이 바둑계를 석권하고 있고 일본과 대만이 그 뒤를 따르는 형국입니다. 한국의 바둑 역사는 매우 길지만 한국이 바둑 강대국이 된 것은 조훈현 9단이 1989년 제1회 응씨배를 석권하면서부터였습니다. 조 9단은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가 바둑수업을 받은 후 한국의 최강자로 부상했는데, 당시 최대 규모의 우승상금을 내걸고 창설된 응씨배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의 네웨이핑 9단을 사투 끝에 물리침으로써 일약 영웅이 되었습니다. 한국이 바둑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프로기사들의 수입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2018년도 기사들의 수입을 보면, 박정환 선수가 12억 원의 수입을 올려 상금액 1위를 차지했으며, 6억 원을 번 신진서, 5억 원의 김지석, 4억 원의 최정, 3억 원의 이세돌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최정 선수는 여성 선수이면서 남녀 모두를 합친 상금액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여 한국의 바둑 여걸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가지 서운한 것은 세계 바둑계에서 북한 선수들의 활약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북한도 1989년 바둑협회가 결성되어 두뇌스포츠로 일컬어지는 바둑을 체육의 한 분야로 보고 적극 보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꿈나무 발굴과 육성을 위한 바둑교실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선수들도 1990년대부터 세계 아마추어 바둑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2000년 국제 아마추어 페어 선수권대회에서는 북한의 림현철•권미현 조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바둑인구가 800만명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북한의 바둑인구는 수만 명에 불과하여 저변이 엷고 지역적으로도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바둑선수들이 세계를 재패하고 있는데, 같은 민족인 북한 선수들도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북한에도 바둑이 더 넓게 보급•육성되어 바둑을 통한 남북협력이 이루어지고 남북 선수가 한 조가 되어 세계 페어바둑대회들을 석권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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