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이란 사태의 반전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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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 미군의 무인기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이후 이란 사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태들이 이어지면서 혼미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솔레이마니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던 중이었습니다. 작년 11월 이란 정부가 석유가를 인상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이란 정부가 시위를 탄압하면서 천명 이상이 숨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솔레이마니 장군 사망 이후 이 시위가 곧바로 반미 시위로 바뀐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란 정부는 ‘피의 보복’을 약속했고 이어서 1월 8일 이란군은 이라크내 최대 미 공군 기지인 알 아사드 기지와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아르빌 지역의 미군 기지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80명의 미군이 희생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사태였습니다. 미군이 정말로 그 정도의 인명 피해를 입었다면 미국이 재반격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란이 미군에게 보복 공격을 한지 다섯 시간 후인 1월 8일 오전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하여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752편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하여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 등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피격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란 정부는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격추설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일 뿐이라면서 반박했습니다. 이렇듯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다 민항기 사고까지 겹치면서 미국과 이란 간의 대결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번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긍정적인 반전이었습니다. 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지 않고 인명 피해도 없다고 밝히고, 군사적 대응보다는 경제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틀 후인 1월 10일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철강, 건설, 제조업, 섬유, 광산업 등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습니다. 전면전쟁의 가능성이 해소되면서 출렁거렸던 세계 주식시장과 석유시장도 급속히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반전은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월 11일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방공사령관이 텔레비전에 나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된 것이 맞다고 시인한 것입니다. 즉 혁명수비대의 대공미사일 운용병이 여객기를 적대세력의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하여 격추했다고 실토한 것입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격추를 입증할 증거들을 계속 제시하자 이란 혁명수비대가 격추를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후 이란 국민들은 다시 반정부 시위에 나섰습니다. 11일 테헤란에서 열린 여객기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대회가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로 돌변하면서 이제 시위자들은 “거짓말쟁이 독재자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란 사태가 반전을 거듭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을 주고 있지만, 한국의 전문가들에게는 두 가지 점에서 큰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과 이란 간의 미사일 커넥션이 다시 화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 후반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을 이란에 수출했고, 이후 노동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이란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샤하브2 미사일을 북한제 스커드C 미사일의 복제품으로 보고 있으며, 이란의 키암 미사일을 샤하브2의 개량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란의 샤하브3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 미사일과 그리고 이란의 사지르(BM-25) 미사일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과 판박이입니다. 그래서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에 이란이 미군 기지 공격에 사용한 미사일이 과거 북한이 이란에 팔았던 수백 기의 스커드 중 일부였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과 이란 간 미사일 협력을 ‘불량 카르텔(Rogue Carte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북한과 이란이 공히 핵무기를 추구하는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북한은 이미 핵무력을 보유했고 이란은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것 정도입니다. 이란은 솔레이마니 장군 사망 직후 2015년에 서방국들과 맺은 핵합의를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란의 핵보유는 핵보유 도미노를 가져올 것이 뻔하고 중동의 안보지도를 바꾸는 중대한 사태변경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이란 사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제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큰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미칠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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