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일 신안보조약 60주년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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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미국과 일본이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그리고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고노 다로 방위상 등 양국 각료 네 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이었습니다. 이 성명에서 양국은 “미일동맹은 양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다해왔고 지역 안보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공통의 비전을 실현해왔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는 “미일동맹은 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가치에 대한 흔들림 없는 합의에 기초하는 동맹”임을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1951년에 안전보장조약을 체결했고, 1961년 1월 19일에는 이를 개정한 신안보조약을 체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월 17일 성명은 미일 신안보조약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발표된 것입니다. 1월 19일에는 일본 외무성에서도 신안보조약 체결 6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아베(安倍晋三) 총리는 자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와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60년전 워싱턴에서 신안보조약에 서명했다고 소개하고 “향후 100년 동안에도 평화와 번영을 보증하는 기둥인 미일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아베 총리의 초청으로 일본에 온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손녀도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요즘 미국과 일본은 돈독한 동맹관계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런 관계를 증명하는 사례들은 많습니다. 작년 5월 28일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이던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일본 해상자위대의 요코스카 기지를 방문하여 정박 중인 일본의 호위함 ‘카가함’에 승선하여 “이 함상에 우리가 서 있는 것 자체가 미일 동맹이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카가’라는 함명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운용했던 항공모함의 이름입니다. 당시 ‘카가’함은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에 참여했다가 이듬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기들에 의해 침몰되었습니다. 일본은 이 함명을 2015년에 진수된 2만 7천톤급 경항모에 붙인 것입니다. 일본은 이 군함을 개조하여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할 계획인데, 미국 대통령이 한때 수많은 미군을 희생시킨 항모 ‘카가’의 이름을 계승한 일본 군함에 올라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지지하고 일본 해상자위대 대원들에게 격려 연설을 한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죽기 살기로 싸웠던 적국이었습니다.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지고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1945년 8월까지 무수히 많은 인명을 희생시켰습니다. 일본은 자국민 2백 5십만 명과 다른 나라 국민 2천 5백만 명을 희생시킨 이 전쟁을 도발한 전범국이며, 한반도, 중국, 대만, 동남아 국가들에게 말못할 피해를 끼친 군국주의 국가였습니다. 일본은 항복 후부터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주권을 회복하기 전까지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미 군정의 통치를 받아야 했으며, 군대를 가질 수도 전쟁을 할 수도 없는 국가로 새 출발을 해야 했습니다.

그랬던 일본이 오늘날 세계 제 3위의 경제대국이자 제 4위의 무역대국 그리고 최고를 자랑하는 기술대국이 되었고 미국의 동맹국이 되어 서로 협력하고 있는 것인데, 역사의 아이러니처럼 보이는 이런 현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아닌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관이었습니다. 일본이 전체주의적 군국주의를 청산하고 자유와 인권 그리고 시장경계 원칙을 준수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2차 대전을 도발했다가 철저하게 패배하고 초토화되었던 독일이 오늘날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에 3위의 무역대국이라는 지위를 누리는 이유도 나치시대를 철저하게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국가사회주의나 왕조 체제로 남았다면 오늘날 세계 제 12위의 경제력에 연 3만 달러가 넘는 개인소득을 누리는 국가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면 세계2차대전 후 구 소련의 위성국가가 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등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가난에 허덕이다가 1990년을 전후한 시점에 모두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나라로 재출발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지금 나토(NATO)의 회원국이 되어 있습니다. 한때 처절하게 싸웠던 미국과 일본이 그리고 미국과 독일이 동맹국이 되어 함께 발전하는 것을 보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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