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남북 순항미사일 경쟁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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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해부터 미사일 쇼를 벌이고 있습니다. 금년 들어 벌써 여섯 번째입니다. 북한은 1월 14일 15시경 평양 근처에서 동해상으로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함으로써 2024년도 미사일 쇼를 개막했습니다. 1월 18일에는 ‘해일5-23’이라고 부르는 수중 핵무기체계, 즉 핵어뢰 또는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수중드론을 시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핵어뢰란 엄청난 수중 폭발로 해일을 발생시켜 적 해안을 수몰시키는 무기입니다. 1월 24일에는 전략 순항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쏘았는데, 다음날 북한의 미사일총국은 “신형 불화살-3-31형 전략 순항미사일을 쏘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1월 28일에는 함경남도 신포시 일대 해상에서 두 발의 미사일을 쏘았는데 북한은 “불화살-3-31이라고 하는 잠수함발사 전략 순항미사일”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날 쏜 미사일은 바다 속에서 수직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비스듬한 각도로 발사되었는데, 이를 본 전문가들은 잠수함에서 직접 쏜 것이 아니라 바지선과 같은 구조물에서 발사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1월 30일에는 화살-2형 전략 순항미사일이라는 것을 쏘았는데, 북한은 이를 시험발사가 아닌 훈련이라고 하면서 실전 배치가 되었음을 선전했습니다. 이어서 2월 2일에는 서해상에서 수발의 순항미사일을 쏘았는데, 다음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순항미사일 초대형 전투부 위력과 반항공, 즉 지대공 요격 순항미사일을 시험했다”는 것입니다. 수발의 미사일을 3기 정도로 가정한다면 2024년 들어서만 여섯 차례에 걸쳐 9발의 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결국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2~3일 간격으로 네 차례나 순항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으로 날아가는 무인 비행체입니다. 여기에 비해 탄도미사일은 로켓 추진체이기 때문에 공중에 솟구쳤다가 자유낙하 궤도에 따라 내리꽂는 방식이어서 폭발물을 장착한 로켓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항미사일은 항공기처럼 고도와 방향을 바꾸면서 날아가거나 우회비행을 할 수 있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으며 목표물을 미리 입력한 상태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명중 정확도가 높습니다. 2022년과 2023년에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주력했던 북한이 금년 들어 순항미사일에 부쩍 열을 올리는 것은 각종 투발수단들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으며, 탄도미사일 분야에서는 이제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만큼 충분한 실력을 닦았다고 자신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제 순항미사일에 있어서도 남북 간 뜨거운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이 초대형 전투부의 위력을 시험했다고 것은 미사일의 탄두 부분이 크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음을 의미하거나 많은 폭약을 정착한 고위력 재래탄두를 의미할 수도 있어서 한국군은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신형 반항공 미사일이라고 한 것도 러시아의 S300, S400 미사일을 모방한 기존의 번개 5호나 번개 6호에서 한발 더 나간 개량형 요격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한국군은 북한에 앞서 10여 년 전부터 지대지 순항미사일, 함대지 순항미사일,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배치했는데, 여기에는 단거리 해성1과 해성2 미사일, 사거리 1500km인 잠대지 해성3 미사일, 트럭에 실어 운용하는 사거리 500km의 현무3A와 사거리 1,000km의 현무3B,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사거리 1,500km 현무3C 등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거리 3,000km인 현무3D/4도 개발 중입니다. 이들은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잠수함 발사용으로 사거리가 1,500km인 해성 3과 현무3C는 원형공산 오차 1∼3m로 정밀도가 대단히 높은 순항미사일입니다. 그래서 유사시 특정인 집무실의 유리창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이 순항미사일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국에 뒤진 상태에서 기술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만 어쨌든 공격용 및 대공 방어용 순항미사일의 남북경쟁은 앞으로 계속 가열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군비경쟁은 경제를 갉아먹고 주민의 삶을 황폐화시키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며, 그래서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북한이 정말 이 길을 택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