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우한 폐렴과 국제정치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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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여 명을 넘어섰고 확진자도 4만 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우한 폐렴 사태는 국제정치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에서는 동양인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기침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마뜩찮은 눈길을 보내기 때문에 우한 폐렴이 인종차별 문제로 번진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중국의 만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폐쇄한 국가들과 중국 간의 외교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홍콩은 1월 27일부로 후베이성에서 오는 사람의 출입을 금지했고, 북한은 아예 국경을 폐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신임 중국대사의 발언 때문에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싱하이망 신임 대사는 부임한지 5일밖에 되지 않은 지난 2월 4일 신임장도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여행금지나 교역 제한은 불필요하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도 그렇게 권하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는 중국 대사가 주권침해적인 발언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세계보건기구의 테드로스 아드하놈(Tedros Adhanom) 사무총장도 국제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아드하놈 사무총장은 에티오피아에서 보건외교 장관을 지내고 2017년 중국의 지원으로 WHO 사무총장이 된 인물입니다. 아드하놈 사무총장은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던 1월 23일 대책을 논의하는 긴급위원회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없다면서 여행과 교역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가 1월 30일에 가서야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습니다. 2월 3일에 열린 WHO 집행이사회에서는 “중국의 신속한 조치로 바이러스가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며 중국을 칭찬했습니다. 중국이 초동대처에 실패하여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상황에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중국을 두둔하면서 취해야 할 조치들을 제때에 취하지 않았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한 폐렴은 북한에게도 보건위생 이외의 정치적·경제적 골치거리를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데, 이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외화도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수출이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며, 그나마 약간이나마 수출의 숨통을 터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과 국경을 오가는 물물교환 형태의 교역이었는데, 이번에 폐렴 사태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수출길이 막힌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자금 고갈이 핵문제 협상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문제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중국을 통해 탈북하는 북한 주민들중 상당수를 체포하여 북한에 보내곤 했는데, 현재는 탈북자의 북송도 막힌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탈북자 송환을 요구할 수도 없고 보내준다고 해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30년 간의 고속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정치군사적으로도 일취월장의 발전을 기록하면서 현재에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은 중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는 대국이 되었지만 전염병을 처리하는 과정이 선진국답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으며, 중국 내부적으로도 공산당 정부의 비밀주의와 권위주의적 접근에 대한 불만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군사력, 경제력, 정보력 등과 같은 하드웨어로만 패권국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자유, 개방, 시장경제 등 국제사회가 수긍하는 이념을 내세우고 패권국의 지위에 올랐지만, 독재국가이고 투명성이 결여된 중국으로부터는 그런 이데올르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인 것입니다. 물론, 중국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국가의 체면에 구김살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조속히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제협력이 필요한 질병 퇴치 문제가 국제정치 이슈들을 발생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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