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4일에서 8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세계방산전시회가 열렸는데, 이번에도 실물 전시된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타이곤 장갑차 등 한국 무기들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중동 국가들이 한국 무기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가성비, 납기, 유지보수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즉, 원하는 성능을 내면서 가격이 저렴하고 공급 일정에 차질이 없으면서 싸고 편리하게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무기라는 뜻입니다. 최근 한국의 방산수출이 급증하면서 ‘한국 방산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은 기적이 아니라 그만큼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에 얻어진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한국 무기 중에서도 중동 국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이 천무 다연장로켓과 천궁 대공미사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방산전시회에 참석하여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방장관들과 만나 방산협력을 협의한 신원식 국방장관은 2월 7일 귀국하면서 작년 11월에 사우디와 체결한 천궁-2 미사일 수출계약을 공개했습니다.
천무-239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다연장로켓(MLRS)으로서 한국군에는 2015년부터 배치되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2017년에 7천억 원 규모의 천무를 수입했고, 2022년에는 폴란드가 300여문을 수입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유명세를 탔었는데, 2023년에 사우디도 8억 달러, 즉 1조 400억 원 규모의 천무를 수입하여 자국군에 배치한 것입니다. 천무-239는 최대 사거리 80㎞에 정밀 유도체계와 자동 사격통제체계를 가지고 있어 60초 안에 12개 표적에 230mm 유도탄 또는 무유도탄 12발을 쏠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맹위를 떨친 하이마스(HIMARS)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천궁-2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하에 LIG넥스원이 제작한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무기체계로서 2018년부터 양산되었습니다. 천궁-2는 유효고도 15km로 고도 40㎞ 이하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합니다. 수직으로 발사된 후 방향을 틀어서 마하 4.5(약 5천500km/h)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콜드 론치’ 방식을 사용하며, 1개 발사대에서 유도탄 8기를 연속 발사할 수 있고 360도 전 방향 대응도 가능합니다. 이런 성능을 알아본 아랍에미리트가 2022년에 이스라엘제 ‘바락’ 미사일을 제치고 4조1500억 원어치의 천궁-2를 구입한 것입니다. 이어서 2023년 11월,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직후에 사우디가 32억 달러, 즉 4조 원어치 10개 포대를 수입했는데, 이번에 신원식 장관이 사우디를 다녀오면서 그 내용을 공개한 것입니다.
물론, 북한도 해외로 무기를 팔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결의 1718호(2006), 2270호(2016) 등이 북한의 무기거래를 금지하고 있어서 국제법상으로는 모두 불법입니다. 북한은 2023년 후반부터 러시아에 많은 탄약과 미사일을 공급하여 물의를 일으키고 있으며, 금년 1,2월 동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헤르손 등에 발사한 미사일들이 화성-11호 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북한 미사일로 밝혀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달 사이에 발사된 최소 24발의 북한 미사일 중 두 발만 비교적 정확했고
나머지는 경로를 이탈하여 엉뚱한 곳에 떨어져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고 합니다. 이렇듯 남북이 무기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북한은 불법으로 무기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남북 간 무기개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천무-239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직후 한국이 서둘러서 개발했고, 천궁-2 역시 북한의 핵사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방어무기입니다. 북한의 대남협박과 미사일 발사가 지속되는 한 한국의 대응도 이어질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현재 한반도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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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