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영화배우 커크 더글라스의 아름다운 죽음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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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사람의 스타가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1960년대부터 ‘할리우드 영화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미국의 영화배우 커크 더글라스가 지난 2월 5일 로스엔젤레스 비버리힐즈의 자택에서 향년 103세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커크 더글라스는 1916년 미국 뉴욕주에서, 러시아에서 이민온 유대인의 가정에서 태어나 1946년 영화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The Strange Love of Martha Ivers)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무수한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194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챔피언,' 1956년 골든글러브 상을 받은 '열정의 랩소디,' '해저 2만리,' '오케이 목장의 결투,' '스파르타쿠스' 등 70년 동안 92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전쟁영화의 영웅, 서부영화의 총잡이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남성미를 자랑했던 그도 세월의 무게 앞에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1991년 헬기 사고로 척추수술을 받고 1995년에 뇌졸중에 걸려 언어장애를 겪으면서 완연한 노인이 되고 맙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 한국인들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것은 1960년 그가 직접 제작하고 주연으로 출연한 '스파르타쿠스'였습니다. 이 영화는 로마제국에 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다가 비참하게 처형당하는 노예 스파타쿠스의 일생을 그린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배우 커크 더글라스에게는 자선가라는 또 다른 인생이 있었습니다. 생전에 그는 부인과 함께 ‘앤 앤드 커크 더글러스 재단'이라는 자선재단을 만들어 세계 분쟁 지역에 학교와 공원을 세우는 일에 매진했는데, 그의 자선활동은 임종과 함께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6,100만 달러(약 744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눈을 감은 것입니다. 이 돈은 모두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아동 병원, 기타 의료기관 등에 사용될 예정이며, 자식들에게는 한푼의 돈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유명인들이 평생 이룩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은 미국에서 꽤나 흔한 일입니다. 아름다운 눈매와 천사처럼 순결한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이자 박애주의자라는 두 개의 인생을 살았던 오드리 헵번의 이야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1929년 벨기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네덜란드의 귀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영국과 네덜란드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배우로 활동하는데,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왕과 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많은 영화를 통해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989년 은퇴후 그녀는 유니세프 대사로서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들을 돌면서 아이들을 돌보는데 마지막 생애를 바쳤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대장암에 걸려 1993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지만, 2004년 유엔은 그녀의 봉사활동을 기념하는 '오드리 헵번 평화상'을 제정했습니다.

사업가로서 크게 성공한 후 모든 돈을 사회에 환원한 예로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카네기는 1835년 스코틀랜드에서 가난한 직물공의 아들로 태어나 18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는 섬유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힘들게 독학을 했고, 나중에 철강산업으로 어마어마한 거부가 됩니다. 그는 66세가 되던 1901년, 사업에서 손을 떼고 벌었던 돈을 전부 자선활동을 위해 쓰기를 결심합니다. 그가 세운 공공도서관만도 2천500개가 넘고, 피츠버그의 카네기멜런 공대, 워싱턴의 카네기 연구소, 카네기 재단, 국제평화 활동을 지원하는 카네기 국제평화기금(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등도 모두 카네기가 세운 것이며, 뉴욕의 카네기홀, 카네기 박물관, 카네기코퍼레이션 등은 그가 세운 문화시설들입니다. “사람이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1919년 숨을 거두면서 카네기가 남긴 말이었습니다.

미국은 진정 기회의 땅입니다. 커크 더글라스, 오드리 헵번, 앤드류 카네기 등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와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누구나 능력을 닦고 기회를 잡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맹점이라고 한다면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이 이룬 부를 사회를 위해 기부하고 세상을 떠남으로서 미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가 무탈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힘인 것 같습니다. 커크 다글라스의 죽음과 그의 아름다운 기부를 보면서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잘 죽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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