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우크라이나 전쟁과 나토의 동진(東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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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줄을 모릅니다. 작은 그림으로 보면 이는 영토 전쟁입니다. 즉 우크라이나가 과거에 소련의 일부였다는 구연(舊緣)을 앞세우고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영토 전쟁입니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힘을 통한 현상변경’ 즉 서방 주도로 구축된 국제질서를 무력으로 바꾸고자 하는 중국, 이란, 북한 등과 같은 나라들과 한 편이 되어 서방에 대항하는 신냉전 대결구도 속에서 일어난 충돌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역할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국방부의 발표를 보면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무기가 컨테이너 6,700개 분량이라고 합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동진(東進), 즉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유럽의 기운과 러시아의 서진(西進), 즉 서쪽으로 확장하려는 러시아의 기운이 부딪치고 있는 현장입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러시아의 서진 시도가 오히려 유럽의 동진을 초래하면서 제3차 대전의 위험성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6일 스웨덴의 나토(NATO) 가입은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는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소련이 동유럽 나라들을 공산주의 위성국가로 만들어가던 1949년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의 민주 국가들이 소련의 서진을 막기 위해 만든 군사동맹입니다. 소련은 동독,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 8개국으로 1955년 바르샤바조약기구(WTO)를 결성하여 대항했으며, 이후 냉전기간 동안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첨예한 군사적 대치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1990년 독일이 통일되고 과도한 군비경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소련 경제가 파탄했고, 1991년 12월 26일 마침내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냉전은 종식되었습니다. 이후 세계는 탈냉전 군비감축 시대를 맞았지만 러시아는 혼란의 시대를 보내야 했습니다. 구소련은 한반도의 100배인 2천 2백만 ㎢의 영토를 가졌지만, 소련에 속했던 15개 나라가 독립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소련이 러시아가 되면서 영토는 1천 7백만 ㎢로 줄어들었고 군사적, 경제적 위상도 쪼그라들었습니다. 이후 유럽의 동진이 두드러지게 진행되었습니다. 구소련의 위성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로 변신하여 바르샤바조약기구에서 탈퇴하면서 1991년 7월 이 조약기구는 해체되었고, 이 나라들이 반대편의 나토에 대거 가입하게 됩니다. 1999년에 체코, 헝가리, 폴란드가 가입했고 2004년에는 발트3국과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등이 차례로 나토에 가입한 것입니다.

2000년에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이런 과정을 지켜본 지도자였습니다. 푸틴은 과거 소련 시절의 영광을 그리워하면서 군사강국 부활을 꿈꾸었고, 나토의 동진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유럽의 곡창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영토의 일부를 점령함으로써 서쪽으로 영토를 넓히겠다는 야망을 품었습니다. 즉 나토의 동진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분노, 군사강국 재기 야망, 영토 야욕, 신냉전 대결 구도의 부상 등이 푸틴이 전쟁을 도발한 이유들이었습니다. 미국과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러시아의 서진을 저지해야 하기 때문이며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발트 3국 등은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그 다음 순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돕는데 더 열성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푸틴 대통령이 원했던 것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전쟁으로 러시아가 무엇을 얼마나 얻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이 지켜왔던 중립을 포기하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핀란드가 2023년에 그리고 스웨덴이 2024년 2월에 가입절차를 마침에 따라 나토의 회원국은 초기 12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즉 푸틴의 서진 야심이 나토의 동진을 불러온 셈이며, 동진의 기운과 서진의 기운이 부딪치는 이 전쟁이 제3차 대전으로 확대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핵무장 북한이 러시아에게 불법 무기 수출을 하는 등 이런 우려를 부추기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