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푸틴 대통령의 3선 개헌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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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다.” 이것은 수천년 인류 역사를 통해 증명된 진리입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란 국민이 투표를 통해 지도자들을 선출하고 선출된 지도자들이 임기동안 재임하고 물러남으로써 자연스럽게 정치지도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제도인데, 이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런 제도 하에서는 몇년 마다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드는 선거를 치러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국민이 후보자들 모두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최상의 인물을 지도자로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치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입니다. 이론적으로 말해, 이보다 더 좋은 최상의 제도는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독재를 하지 않는 지도자, 즉 플라톤킹(Platon King)이 오랫동안 다스리는 것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다스리는 통치자는 독재와 인권유린 그리고 반대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언론조작이라는 부작용들을 수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차선책인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3월 12일 러시아 상하원이 이미 20년 동안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있게 하는 개헌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대통령의 연임을 2회까지만 허용하는 헌법 조항을 폐기한 것입니다. 이 개헌안은 4월에 국민투표에 부쳐질 에정인데,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의 길이 열린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임기 4년의 대통령을 두 번 재임했는데, 연거푸 세 번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 때문에 2008년 대통령 선거에는 자신의 심복인 메드베데프 총리를 출마시켜 대통령에 당선시켰습니다. 이후 2012년까지 4년 동안 푸틴은 총리직을 맡았지만, 러시아의 최고 실세였습니다. 그리고는 2012년에는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때부터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어 2024년까지 4년의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푸틴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2000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해왔고, 아직도 4년의 임기가 남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2024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입니다.

푸틴에 앞서 장기집권의 길을 연 지도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었습니다. 중국의 주석은 매 5년마다 열리는 공산당대회가 뽑은 총서기를 이듬해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주석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전국인민대표회의는 다른 나라들의 국회 그리고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 해당합니다. 시 주석은 2012년 공산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올라 2013년부터 국가주석으로 재임하기 시작했고, 2017년 10월 제19차 공산당대회와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를 통해 재선되어 제2기 집권에 들어감으로써 2023년까지 3년의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 역시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를 통해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습니다. 중국 헌법 제79조는 국가주석의 임기를 전국인민대표회의의 5년 회기 동안으로 하고 연거푸 세 번 재임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이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2023년 이후에도 집권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시 주석은 2017년 당대회를 통해 공산당내에서 반대파들을 제압하고 당 권력을 장악했으며, 2018년 개헌으로 헌법에 모택동 사상과 등소평 사상에 더하여 ‘시진핑 사상’을 공산당 지도사상으로 명기했고, 감찰위원회라는 막강한 종합사정기관도 신설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영구집권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모든 독재자들이 국가에 해악을 끼친 것은 아닙니다. 말레이시아의 마히티르 수상, 싱가폴의 이광요 수상 등은 오랜 기간 집권했지만, 독재권력을 이용하여 국가발전을 앞당겼다는 평을 듣는 인물들입니다.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도 18년 동안 집권한 독재자였만, 경제발전과 부국강병을 위한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집권을 시도하는 지도자들을 보면 기왕에 장기집권을 하게 되었다면 국가발전에 기여한 지도자 그리고 끝이 평탄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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