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 아들 논란과 궁중 암투의 서막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4.02.28
[화제성 갑] 김정은 아들 논란과 궁중 암투의 서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6주년을 맞아 지난 8일 국방성을 축하 방문했다.
/연합뉴스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주애 위로 첫째 아들이 있지만 왜소한 체격이어서 대중 앞에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공식 제기돼 화제입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김정은 총비서의 아들 얘기, 어디까지 진실일까요?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23일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수용이라는 이름의 전직 한국 국정원 요원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장남의 외모가 신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아 김 총비서가 아들을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씨는 "포동포동하고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는 아버지나 여동생과 달리 (김 총비서의) 아들은 창백하고 말랐다고 한다" "아들은 김일성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데일리메일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북한을 건국한 김일성과 닮아 보이는 것은 필수 요소로 여겨지며, 김 총비서도 자신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김일성 흉내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예진: 사실 그동안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있다는데…’로 시작되는 다양한 썰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금혁 씨도 첫째 아들에 대한 얘기는 익히 들어보셨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김주애 양이 마치 공식 후계자인 양 대중들 앞에 공개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의문 중 하나는 과연 김정은에게는 다른 자녀가 없을까였습니다. 특히 남아선호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큰 관심사였죠. 저도 이런저런 정보 소식통을 통해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고, 아마도 김주애보다 나이가 많은 즉 첫째 아들일 것이다라는 정보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보가 늘 그렇듯 100% 확실한 것이 없고,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 뭔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정보는 아니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아들이 분명 있다는 사실은 여러 정황상 사실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한국의 정보기관들도 김주애를 제외한 제 3의 자식이 존재한다고 여러 번 밝히기도 했었죠. 그러다 이번에 전직 국정원 요원에 의해 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전해졌고, 그 아들의 여러 신체적 문제 때문에 대중 앞에 내세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김정은이 한 것 같다는 증언도 나온 것입니다.

 

이예진: 이번 기사는 한국의 최수용 전 국정원 공작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가 됐죠. 또 공개적으로 첫째 아들과 함께 혼외자 2명이 더 있다는 얘기까지 언급된 상황입니다. 어디까지 신빙성이 있는 걸까요?

 

김금혁: 일단 이번 언론에 해당 사실을 공개한 인물은 최수용이라는 전직 국정원 공작관입니다. 국정원에서 대북 담당 업무만 약 20년 넘게 수행한 베테랑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에 공개된 정보는 아예 아무런 근거도 없는 낭설이라고 보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특히 혼외자가 있다는 정보는 지금까지 나온 북한 관련 정보 중 처음이라 흥미를 끄는 면도 있습니다. 아들이 있다는 정보는 종종 흘러나왔고, 모종의 이유로 내세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던 것이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혼외자가 두 명이나 있다는 정보는 그 사실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소재긴 하거든요.

만약 혼외자 존재설이 사실이라면, 그 두 명의 혼외자 중 한 명이라도 남자 아이라면, 북한의 권력 구조를 바라보는 현재의 시각에 큰 파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현재로써는 김주애가 후계 구도 1순위이고, 김정은 역시 그걸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김주애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건 김정은의 욕심이지, 북한 내부에서는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어리다는 면도 있지만 결국 여성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된다는 사실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엘리트 세력들이 과연 김정은이 죽고 나면 김주애에게 얼마나 충성할 지는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만약 김정은의 피를 물려받은 혼외자가 비록 서자라 할지라도 아들이라면 충분히 서자의 반란을 꿈꿀 수 있고 죽어도 여자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전통적 지지층이 그 아들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또한 만약 혼외자와 김주애의 관계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다른 잠재적 후보군들도 이때를 기회로 여기고 우후죽순처럼 등장할 가능성도 있죠. 대표적으로 김여정이 있겠고, 김정철도 여전히 잠재적 대권 후보 아닙니까. 권력 순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김정은 집권 기간이고, 만약 김정은이 죽고 난 뒤 후계자를 정하는 문제에서 교통정리가 안 되고, 내부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면 가장 정통성 있는 김정철을 내세우려는 내부 여론 또한 분명 존재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기에 이번에 공개된 혼외자 가능성 여부에 대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고 그것이 사실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예진: 조선왕조 시대 얘기를 듣는 것 같네요. 최악의 남북 관계 속에 북한 관련 뉴스에 거의 적대적인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특히 아들이 말라서 공개석상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가장 많더라고요.

 

김금혁: .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댓글을 소개해 드린다면, “하도 못 먹고 사는 나라라 뚱뚱한 걸 선호하는 괴상한 나라”, “얼마나 빈민국이면 포동포동한 게 좋은 외모냐. 못 살 때나 포동포동한 게 좋게 보이는 거다”, “돌려 말한 거지, 장애가 있단 말 아닌가”, “데니스 로드먼 방북 때 발언 결국 맞는 말”, “북한 같은 권력 승계에 장남이 있음에도 딸을 후계자처럼 공개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지”, “김씨 왕조 3대로 끝날 거 같다. 예로부터 부자도 3대 가기 어렵다 했다등이 있었습니다.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김정은 체제가 갖고 있는 다양한 모순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고 남한 국민들이 북한 체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과거에는 그래도 한민족이니까 우리가 도와야지라는 심정이었다면 이제는 하도 이상한 짓을 많이 하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 체제의 본질에 대해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김 총비서의 다른 자녀들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 속에서도 둘째 딸 주애 양은 등장 초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는데요. 아들이 있다고 해도 주애 양의 후계자설에는 여전히 힘이 실리는 분위기죠?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이미 김주애는 다양한 공식석상에서 김정은에 다음 가는 의전과 대접을 받고 있으며, 북한의 모든 언론은 앞다투어 김주애 선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공식 후계자로 정해졌다고 봐야 하며, 김주애의 신상에 큰 변화가 있거나 결정적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이 구도는 깨지기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아들이 있음에도 김주애를 내세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은 결국 공작관의 정보대로 아들에게 어떤 큰 문제가 있고, 그 문제로 인해 대중 앞에 내세울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그런 문제가 없다면 이미 아들이 후계 수업을 받고 있고 지금 김주애가 받고 있는 모든 의전을 아들이 받아야 마땅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혼외자가 있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김주애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김주애 뒤에는 김정은이 버티고 있고 리설주가 있죠. 다만 문제는 앞서 말씀 드렸듯이 김정은 사후입니다. 많은 분석가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김정은의 건강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고 김정은 본인도 그걸 의식해서 현재 후계 작업을 서두르고 있죠.

만약 김정은이 10년 내에 사망하게 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10년이 지나더라도 김주애는 겨우 20대 초반입니다. 사실상 권력을 장악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고,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나 능력이 부족하죠. 반면 김여정은 10년 뒤면 지금보다 훨씬 노회한 정치인이 될 수 있고, 김정일의 딸로서 후계 구도 면에서 큰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자가 최고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되고 그 정당성이 인정받게 된다면 김여정에게도 기회가 가는 것이 맞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리설주 역시 김정은 사후 자신의 딸에게 가장 위협이 될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시누이라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따라서 그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이 생존해 있는 동안 끊임없이 김여정을 견제할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그 견제는 진행 중일 지도 모릅니다.

결국 앞으로 벌어질 이 모든 궁중 암투의 서막은 김정은 자신이 연 셈입니다. 남아선호사상의 끝판왕인 북한에서 10대의 딸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김정은은 그것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존의 상식과 관례를 모두 무너뜨리고 있으며, 결국 그의 선택이 북한에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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