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끝날 줄 알았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1달 반을 넘기면서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량국가들의 정체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초강대 핵보유국이자 영토대국이고 자원대국인 러시아가 이웃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민간인 학살, 거주지역 포격 등 각종 만행을 저지르면서 21세기 최대 불량국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199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구소련 핵무기 2천여 기를 돌려받을 때 ‘헝가리안보각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국경선을 준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지금 이 합의는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침략행위를 규탄하고자 하는 유엔의 노력에 번번이 발목을 잡으면서 러시아를 두둔하는 국가들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2월 25일 안보리 긴급회의가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하려 했을 때 이사국 15개국 중에 러시아를 포함한 4개국이 반대했습니다.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안보리가 무력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4월 7일 긴급 특별유엔총회가 93개국의 찬성으로 러시아를 인권이사국에서 축출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중국, 북한, 시리아, 쿠바, 벨라루스 등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중국에 대한 유럽의 시각도 급랭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1월 20일과 3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려는 안보리의 노력을 무산시켰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두둔하고 있습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3월 31일 “중국의 야심과 공세적 행동이 세계질서와 안보에 도전을 가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2021년도 나토 연례보고서를 발표했고, 이어서 4월 7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회의는 ‘나토 안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을 6월 나토 회의의 정식의제로 채택했습니다. 유럽이 중국을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불량국가로 보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행동은 더욱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점령지 부차(Bucha)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은 유엔이 러시아를 인권이사국에서 축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부차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의 북서쪽에 위치한 위성도시인데, 4월 초 우크라이나군이 이 도시를 탈환했을 때 수백 명의 민간인들이 고문과 강간을 당하고 집단 학살된 현장을 발견했고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들을 소각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국제형사재판소가 러시아군이 제네바협정이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과 열압력탄을 사용한 것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이제는 러시아군이 화생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3월 24일 브뤼셀에서 열린 G-7 정상회의가 러시아에게 화학무기나 생물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3월 23일 러시아의 화학 무기 사용에 대해 “실질적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실토했습니다. 러시아는 3월 11일 우크라이나가 생물무기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긴급소집을 요청한 일이 있는데, 서방국들은 이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황이 더욱 여의치 않을 경우 화생무기를 사용할 정당성을 만들기 위한 술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학무기와 생물무기는 ‘신이 저주한 더러운 무기’로 불립니다. 그만큼 치명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살상범위가 무차별적이기 때문입니다. 세계1차대전 시기 독일군의 독가스 사용과 연합국의 대응으로 1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만 보더라도 화학무기가 얼마나 비참하게 사람을 죽이는지 잘 알 수 있는데, 만약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나 세균을 포탄, 폭탄, 미사일 등에 탑재하여 사용한다면 우크라이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처참한 지옥으로 변할 것입니다.
물론 세계에는 모든 화학무기를 폐기하기로 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1997)이 있고 모든 생물무기와 독소무기를 금지한 생물무기금지조약(BWC:1975)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화학무기는 이후에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에 의해 김정일 전 북한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살해되었고, 2018년 시리아 내전에서도 반군이 사용한 사린가스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으며,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들이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의 공격으로 살해되거나 살해 위험을 겪었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 조약에 가입해 있고 당연히 러시아도 가입국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을 위시한 몇몇 나라들은 화생무기 생산을 지속해왔고, 북한은 화학무기폐기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4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는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합의를 깨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나라, 조약을 위배하거나 아예 외면하고 신이 저주한 무기들을 만들고 있는 나라, 이들을 돕고 두둔하는 나라 등 불량국가들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세계평화를 파괴하기보다는 관리해야 하는 지도국의 하나이며 한국에게도 엄청나게 매우 중요한 이웃 국가입니다. 러시아가 더 이상 불량국가의 길을 걷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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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