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러 무기거래와 유엔안보리 전문가단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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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3월 28일 러시아는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의 ‘전문가 패널(단)’의 임기를 연장하자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 결의안에는 러시아가 반대하고 중국이 기권했으며, 나머지 13개 이사국들은 모두 찬성했습니다. 그러니까 러시아의 거부권과 중국의 동의에 의해 결의안이 무산된 것입니다. 전문가패널은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직후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제1874호에 의거하여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에 설치되었으며, 매년 임기를 1년씩 연장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작동해왔습니다. 이 패널은 5개의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파견하는 총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북제재 위반 사례들을 조사하여 매년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해 왔습니다. 현재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결의의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전문가패널은 대북제제 불이행 사례들을 지적함으로써 유엔 회원국들에게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임무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전문가패널은 4월말로 해산되며, 이에 따라 2006~2017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하여 채택된 11개의 안보리 결의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의 기능은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중·러의 비호 아래 핵무력을 증강해온 북한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핵무기 확산이 인류의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시름은 그만큼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러시아가 전문가패널을 해산한 것이 북·러 사이의 불법 무기거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러시아는 결의안을 거부한 이후 ‘일몰 조항’을 삽입하자는 자국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서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몰 조항이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효력이 소멸되도록 하는 조항을 말합니다. 러시아는 대북제재가 무기한 지속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이 조항을 넣자고 해온 것이며, 다른 이사국들은 일몰 조항을 넣는 것은 사실상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로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전문가패널을 해체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수행에 필요한 탄약, 포탄, 미사일 등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던 중에 전문가패널이 작년과 올해 보고서를 통해 북·러 간 무기거래 내역을 폭로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불법 무기거래를 계속하는데 전문가패널의 활동이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박사, 엘런 김 박사 등은 북핵을 비호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 중단, 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저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의 영구적 해제 등 3단계를 거쳐 안보리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전문가패널의 해산을 그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전문가패널은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2011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 의혹을 제기했고, 2012년에는 중국과의 불법 화물거래를 폭로했으며, 2018년에는 북한이 중국 업체들을 통해 미사일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2020년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국적을 위조하여 해외에 불법 취업하고 있다고 폭로했으며, 2023년부터는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정황을 사진과 함께 제시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의 해산으로 이제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발사, 불법 무기거래 등을 감시하여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유엔의 역할은 약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전문가패널이 종료되어도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들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며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위원회도 그대로 존재합니다. 한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유엔 밖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다국적 감시기구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얼마전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도 유엔 전문가패널을 대체할 새로운 모니터링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전문가패널 해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향후 대응이 주목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