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타임스퀘어 전광판에서 환생한 6∙25 영웅들
2023.04.26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미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국빈 방문한 것인데요. 심화되는 신냉전 대결구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북핵 문제, 대만해협의 위기 고조 등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인 만큼 양국 국민의 기대감도 무척 큰 편입니다. 그런데, 지난 4월 20일부터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있는 한국기업 삼성과 LG가 운영하는 초대형 전광판에 ‘6·25 전쟁의 10대 영웅들’의 얼굴이 영상으로 나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가보훈처와 한미연합사령부는 정전협정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6·25 전쟁의 10대 영웅을 선정했는데, 이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삼성과 LG가 자신들의 광고용 전광판에 20일부터 2주 간 매일 24시간 이들의 얼굴을 방영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백선엽 장군, 밴 플리트 장군,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 윌리엄 쇼 대위, 딘 헤스 공군 대령, 랠프 퍼킷 주니어 대령, 김영옥 대령, 김두만 공군 대장, 김동석 육군 대령, 박정모 해병대 대령 등 10명의 한∙미 군인들의 얼굴이 “한국의 자유·번영·평화를 이루어준 참전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방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백선엽 장군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던 1950년 여름, 한국군 제1사단장으로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서 북한군을 막아냈고 그해 10월 18일 맨 먼저 평양에 입성했던 명장이었습니다.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다부동에서 부하들에게 했던 그의 말은 지금도 후배 군인들에게 좌우명이 되고 있습니다. 1944년 6월 노르망디에서 유타 해변 상륙을 지휘했고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기도 했던 밴 플리트 장군은 1951년 4월 미 8군사령관으로 한국에 파견되어 수적으로 우세했던 공산군에 맞서 한국을 지켜냈으며, 아들 제임스 대위가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실종되었을 때 추가 인명 손실을 우려하여 수색을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전역 후에도 ‘코리아 소사이어티’라는 친선단체를 설립하여 한미 간 교류 및 우의 증진에 헌신했습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태평양 사령관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고 한국 전쟁에서는 유엔군 총사령관으로써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전세를 바꾸었던 명장 중의 명장이었습니다.
윌리엄 쇼 대위는 미국인 선교사의 아들로 평양에서 태어나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면서 미 군정청 소속으로 한국해군 양성에 종사했습니다. 미국에 돌아가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공부하다가 6·25 발발 소식을 듣고 ‘제2의 조국’을 지키겠다며 미 해군에 재입대하여 1950년 9월 22일 서울 탈환작전 중 28세의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습니다. 그가 전사한 서울시 녹번동에는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그리고 은평구 평화공원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딘 헤스 공군 대령은 목사이자 전투기 조종사였고 한국 공군의 아버지이자 전쟁고아들의 아버지였습니다. 일본에 있던 그는 전쟁이 터지자 숙련된 조종사도 전투기도 없는 한국으로 날아와 F-51 무스탕 전투기 비행 훈련을 시켰고, 1950년 12월 중공군의 제3차 공세로 유엔군이 후퇴하던 때 서울에 남겨진 1천여 명의 고아들을 제주도로 공수했으며, 전쟁 후에도 미국에서 한국의 고아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계속했습니다. 랠프 퍼킷 주니어 대령은 2021년 5월 4일 한미 정상회담시 94세의 나이로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군 최고의 명예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는 1950년 겨울 중공군의 제2차 공세 때 청천강 전투에서 미 육군 레인저 부대의 23세의 젊은 중대장으로 큰 부상을 입으면서 공산군과 맞서 싸운 영웅이었습니다.
김영옥 대령은 한국계 미군 장교로 2차 세계대전 동안 이탈리아 전선에서 나치 독일군과 싸웠고, 6·25 전쟁에서는 1950년 청천강 전투와 이듬해 중공군의 춘계공세에 맞서 싸우면서 미군 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보병 대대장이 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었습니다. 김두만 대장은 6·25전쟁 중 한국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을 기록한 조종사로서 미 공군이 폭파하지 못한 승호리 철교를 폭파하여 적 후방 보급의 요충지를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한 한국공군의 자랑이었으며 후일 공군참모총장까지 역임했던 전쟁의 산증인입니다. 김동석 대령은 미8군 정보연락장교로서 수집한 정보를 직접 맥아더 장군에게 전달하면서 유엔군의 서울 탈환과 북진 작전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2002년 미국 정부는 이러한 공적을 인정하여 그에게 ‘전쟁영웅’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박정모 대령은 원산상륙작전, 화천댐 탈환작전 등을 거치면서 을지·충무·화랑무공훈장 등을 수여받은 용사 중의 용사로서, 서울 탈환 작전 시 중앙청에 걸린 인공기를 걷어내고 태극기를 게양한 자랑스러운 한국 해병입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경제·기술 강국으로 우뚝 선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들을 대표하여 지금 열 분의 영웅들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환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