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가평 전투 73주년 추모식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05.08
[김태우] 가평 전투 73주년 추모식 지난달 24일 경기도 가평군 영연방 참전 기념비에서 열린 가평전투 73주년 추모식에서 가평전투에 참전했던 캐나다군 참전용사 윌리엄 크라이슬러(94)가 추모식을 마친 뒤 육군 장병의 박수를 받으며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대한민국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에는 6.25 전쟁 동안 한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전사한 유엔군을 모신 묘역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엔군 묘지입니다. 이곳에는 전쟁 직후 약 11,000명의 유해가 안장되었으나, 지금은 11개국의 2,300여 명의 용사들이 영면하고 있습니다. 안장자의 숫자가 줄어든 이유로 참전국 16개국 중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낸 미국은 대부분의 전사자를 본국으로 이송했고 벨기에,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그리스, 룩셈부르크, 필리핀, 태국 등은 전쟁 후 자국으로 이장해 갔기 때문입니다. 현재 안장자 숫자를 보면 영국군 890, 캐나다군 381, 호주군 281기 등으로 영연방 국가들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이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은 태어난 고국뿐 아니라 생을 마감한 장소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어서 전사자를 전사한 나라에 안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본인의 유언이나 유가족의 결정에 따라 안장지를 결정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6.25 동안 영연방군이 가장 치열하게 싸운 전투가 1951 4월 가평 전투였는데, 지난 4 24일 경기도 가평군의 영연방 참전기념비 앞에서 가평 전투 73주년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그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가평 전투는 1951 4 23일부터 25일까지 호주군, 캐나다군, 뉴질랜드군 등으로 구성된 영연방 27여단이 가평에서 중공군 제5차 공세를 막아낸 위대한 전투였습니다. 6.25 당시 유엔군과 한국군은 1950 7월 다부동전투의 승리와 9월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반격에 나서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은 10월부터 1, 2차 공세를 통해 유엔군을 다시 남쪽으로 밀어붙이고 3차 공세를 통해 1951 1 4일 서울을 다시 점령했습니다. 하지만 유엔군과 한국군은 평택-원주-삼척을 잇는 방어선에서 결사항전을 하면서 중공군의 제4차 공세를 무산시켰고 1951 3 16일 서울을 재탈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프랑스군이 분전한 1951 2월 지평리 전투였습니다. 이후 유엔군과 한국군은 북진을 계속하여 다시 38선을 넘지만, 중공군은 4 22일 제5차 공세를 시작하여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에서 한국군 제6사단을 격파하고 남하하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 가평 전투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영연방 27여단은 1951 4 23일부터 3일간 5배 병력을 앞세운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저지했습니다. 이로써 중부전선의 유엔군을 궤멸시키고 춘천과 서울을 잇는 경춘가도를 통해 측방에서 서울을 공격하여 재점령하려 했던 중공군의 기도는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5 26~27일 중공군은 또 다시 가평을 공격했으나, 이번에는 미국 유타 방위군 제213 야전 포병대대가 막아내는데, 미군 1개 대대가 중공군 1개 사단을 막아낸 기적의 승리였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한국 국민은 가평에서 벌어진 기적을 잊지 않으며, 호주도 매년 4월에 '가평의 날(Gapyeong Day)'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보훈부는 매년 주요 전투에 참전했던 생존 외국인 용사들을 초청하여 환영행사를 개최하는데, 이번 4 24일 가평 전투 73주년 추모식에서도 90세가 넘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온 노병들이 한국군의 박수를 받으면서 그날의 전투를 회상하고 먼저 간 전우들을 추모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준 우방국 전사자들을 기억하는 행사는 부산의 유엔군묘지에서도 어김없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매년 11 11일은 1차 대전 종전일이자, 영연방 국가들의 현충일입니다. 이날 11시가 되면 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합니다. 유엔군 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도 엄수됩니다.

 

본국에서 죽어서 한국에 묻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26명이 전쟁 후 귀국했다가 한국에 묻히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 후 부산 유엔군 묘지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참전자 기억하기행사는 파병국 현지에서도 거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6.25 전쟁에서 20대 초반 나이로 전사한 룩셈부르크 로저 슈튀츠 씨와 로버트 모레스 씨의 묘지가 돌보는 후손이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현지 한인회가 묘지를 재건립하기도 했습니다. 묘비에는 QR코드가 부착되었는데, 누구든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그들의 참전기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가평 전투 73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유엔군 전사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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