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국의 북한 선박 압류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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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미국 법무부는 북한의 석탄 불법 운송에 관련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Earnerst)’호를 압류했다고 발표했고, 이후 이 배는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항으로 예인되었습니다. 당연히 북한이 발끈했습니다. 5월 21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와이즈 어네스트호 몰수 조치는 ‘국가와 국유재산 관할권 면제에 대한 유엔협약’ 위반이므로 즉시 선박을 반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성 대사는 미국이 모든 나라가 지켜야 하는 국제 공법을 어기고 북한 배를 압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북한의 불법 환적 밀수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유엔 안보리로부터 무려 11 차례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2016년 이후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들은 강력한 제재조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2016년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안보리결의 2270호는 민생용 수출을 제외한 북한의 석탄 및 철광석의 수출을 금지했으며, 같은 해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2321호는 광물 수출금지를 더욱 확대하고 석탄 수출도 용도를 불문하고 4억 90만 달러 또는 750만톤으로 제한했습니다. 2017년 북한이 화성-14형 미사일 쏜 직후 채택된 2371호는 북한의 수산물 수출과 해외 인력송출을 금지했고, 같은 해 제6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2375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을 금지하고 원유 및 석유정제품 수입을 크게 제약했습니다.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직후 채택된 2397호는 석유정제품의 수입을 더욱 제한하고 해외 체류 북한 인력을 2년내 귀국시키도록 했습니다.

당연히,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고 미사일을 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을 조치들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 및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기 보다는 밀수를 통해 난관을 돌파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환적 밀수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선박을 이용하여 해상에서 옮겨 싣는 방밥으로 석탄을 팔고 석유를 수입한 것입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2018년 1월에서 8월까지 이런 환적 밀수를 하다가 적발된 선박이 40여 척이고, 불법 석유 환적 건수만 150여 회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동원된 선박들은 다른 나라로 선적을 바꾸면서 밀수를 해왔고, 이미 수백 건에 달하는 불법 수출입 행위가 발견되었습니다. 어떤 선박은 수시로 선적을 바꾸고 서류를 위조해 북한산 석탄 수십만 톤을 제3국으로 수출했습니다. 또 어떤 선박은 중국에서 석탄을 실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며칠 간 중국 해안을 배회하다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북한을 드나들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양국가들이 북한의 불법 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미국 해안경비대 소속 4천톤급 경비함인 ‘버솔프’함이 한반도 해역으로 파견되어 한국 해양경찰청 함정들과 합동훈련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본토 연안 경비를 주 임무로 하는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이 동아시아까지 이동해 작전을 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자국 선박을 압류한 것에 대해 화를 내기 이전에 어떤 배경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먼저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문제의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켜지 않은 채 2018년 3월에 북한을 떠났는데, 이 선박은 2017년 7월 이후 이 장치를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국적과 석탄 출처를 허위로 기재하면서 환적 밀수에 가담했다가 2018년 4월 인도네시아에서 억류된 것인데, 이 배는 그 전까지 75만 달러 이상을 본국에 송금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절차를 거쳐 선박을 인도네시아로부터 인계받아 몰수 절차에 들어갔고, 미국 법무부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나 개인 또는 회사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국제경제비상권법(IEEPA)에 의거하여 이 선박을 고발하여 자국령 영해로 예인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유엔의 다른 기구들보다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며 안보리 결의는 채택되는 순간 국제법의 지위를 가집니다. 그래서 유엔의 이름으로 평화유지군이 파견되고, 다국적군이 결성되기도 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도 유엔의 이름으로 실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 쪽이 국제법을 어기고 있는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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