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투자협력, 양해각서 등 6건의 협력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이로서 오랫동안 사회주의 국가로서 북한과 가깝게 지내왔던 캄보디아가 이제 한국의 가까운 친구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베트남과 더불어 19세기 중순부터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습니다. 1940년부터는 일본의 지배를 받다가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면서 다시 프랑스 식민지로 되돌아갔지만, 인도차이나전쟁을 통해 프랑스를 몰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1975년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자 캄보디아에는 쿠메르루즈 정권이 등장했고 이후 폴 포트 정부에 의한 수백만 명 자국인의 학살, 베트남과의 전쟁, 내란 등 파란만장한 역사적 질곡을 거쳤고, 그러는 동안 한국과의 외교관계는 단절되었습니다. 그러나 1993년 훈센 총리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민주주의 입헌군주제가 부활되면서 미국과의 관계 복원, 1997년 한국과의 외교관계 복원, 1999년 아세안(ASEAN) 가입 등이 이루어졌고, 지금은 아세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캄보디아 관계는 1997년 재수교 이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양국 간 교역은 20배 그리고 인적 교류는 150배로 늘었으며, 한국은 캄보디아에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동안 한국과 아세안 10개국과의 교역액은 2,074억 달러에 이르렀고 수출액이 825억 달러였습니다. 그 중 캄보디아와의 교역 규모는 10억 달러로 크지 않았으나 2022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한국-캄보디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양국 간 교역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화학제품, 의약품, 승용차, 화장품, 음료제품 등의 캄보디아 수출이 크게 늘고 있으며 관광 교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위에서 열린 5월 16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지식재산분야 협력 양해각서, 마약류 단속 상호협력 의향서, 산업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양해각서, 지방도로 개선사업 4차 경제협력기금 차관 계약 등을 체결했으며, 총 33개항에 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습니다.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은 정치·안보·국방 분야와 관련해서 유엔을 통한 평화유지활동(PKO), 캄보디아 왕립군에 대한 훈련 및 기술 지원, 마약 밀수 대처 등과 관련한 협력에 합의했고, 경제·금융 협력 분야에서는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 보호, 첨단 기술산업 투자, 농업기법 전수, 과학·기술 협력 등에 합의했으며, 사회·문화, 환경 분야에서는 자매결연 및 인적교류 확대, 캄보디아 문화유산 보존 및 복원, 환경 파괴 및 기후 변화 대응, 개발원조의 지속적인 제공 등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캄보디아가 이토록 급속히 관계를 개선하는데 촉매가 되었던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만났던 12세 소년 옥 로타 군입니다. 선천성 심장병으로 고생하던 이 소년은 김 여사의 주선으로 한국에 와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캄보디아 총리가 감사를 표하는 등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한국에서 당구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33세의 캄보디아 여성 스롱 피아비입니다. 그녀는 20세였던 2010년에 김만식 씨와의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왔다가 남편의 권유로 취미로 당구를 시작했지만, 천부적인 소질이 발동하면서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고 2021년부터는 한국프로당구협회(PBA)가 주최하는 각종 프로 여자당구대회에 출전하여 매년 6,7승을 거두면서 수십만 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이는 ‘당구 여제’로 등극했습니다. 스롱 피아비는 현재 많은 한국인 팬을 가지고 있는 캄보디아의 영웅이며 한-캄보디아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한때 공산주의 나라였던 캄보디아도 개혁·개방을 통해 한국과 친구가 되고 있는데도 북한은 여전히 문을 걸어 잠근 채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한도 개혁·개방의 길을 택하여 역내 경제협력기구들을 통해 함께 협력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