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미사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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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에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여섯 대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입하더니만, 25일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이번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면서 독재세력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강조하고 다닌 것이 중국과 북한에게는 무척 불쾌했나 봅니다.

북한이 5월 25일 오전 6시 경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세 발을 쏘았는데, 금년에만 열일곱 번째 발사였습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화성-17형 ICBM으로 추정되는 첫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360㎞, 고도 540㎞, 속도 마하 8.9 등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KN-23 변칙기동미사일로 추정되는 두 번째 미사일은 20km 고도에서 소실되었으며 역시 KN-23으로 추정되는 세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 760km, 고도 60km, 마하 6.6 등으로 탐지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미사일들을 쏜 시간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에어포스원에 타고 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 앤드류 공군기지에 착륙하기 두 시간 전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전 7시 30분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취임 후 첫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했습니다. 한국의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은 즉각 미사일 사태를 미국과 공유했고, 한미 양국은 10시 경에 공동대응에 나섰습니다. 한국군은 현무-2 미사일을 그리고 주한미군은 ATACMS(에이태킴스) 미사일을 발사했고, 한국공군은 30여 대의 F-15K 전투기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엘리펀트 워크란 항공기들이 유사시 즉각 출격하기 위해 완전무장을 한 상태에서 활주로에서 활주하는 훈련입니다. 즉 한미 양국이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해 동맹차원에서 즉각 대응하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사실 한국의 선거, 미국 정상의 한국 방문 등 남쪽에서 중요한 내외 행사가 있을 때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쏘는 북한의 행태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입니다. 엄중한 사태이기는 해도 놀라야 하는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게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상대하는 북한식 미사일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북한은 총 31회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핵무기 투발수단으로서의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때로는 내부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때로는 대한민국을 겁주거나 미국에 경고를 발하기 위해 발사 시점과 발사 행태를 조절하면서 미사일 정치를 펼쳐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가 되면서 미사일 발사는 더욱 요란하고 빈번해졌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150여 회나 미사일을 쏘았는데 이는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합친 숫자의 다섯 배나 됩니다.

북한은 2022년에만 이미 17회에 걸쳐 총 23발의 각종 미사일을 쏘았는데, 거기에는 대륙간탄도탄(ICBM)급 미사일 발사 6회, 극초음속미사일(HGV) 2회, 변칙기동 단거리탄도미사일(Pull-up SRBM) 4회,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1회,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회 등이 포함됩니다. 이중에서 화성-17과 화성-15는 사거리가 15,000km인 장거리 타격수단으로서 미국에게 한반도 개입을 경고하고 한미동맹을 이완시키는 용도이며, 사거리 5,000km인 화성-12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한반도에서 3,200km 떨어진 괌도를 위협하는 수단입니다. 북한이 화성-14와 화성-16으로 부르는 극초음속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변칙기동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미사일 등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방어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남용입니다. 한국에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그리고 북한에서 화성-11로 불리는 KN-24 미사일도 전형적인 대남용 무기입니다. 사거리가 400km 정도인 단거리 미사일로써 이동발사대에 실려서 터널이나 숲 속에 대기하다가 순식간에 나와서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으며 비행고도가 42km로 매우 낮아 주한미군의 사드(THAAD) 체계로 방어하기가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북한은 대미용과 대남용 미사일들을 고루 개발하면서 필요한 시점을 택해 발사하거나 열병식을 통해 과시하는 방식으로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를 펼치고 있는데, 수백 발의 미사일을 쏘는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경비와 북한의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광란의 미사일 정치’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