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 태평양사령부의 변신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8.06.06

지난 5월 30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하와이 진주만에서 열린 태평양사령관 이·취임식에서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서 지구 표면의 절반 이상을 관할하는 세계 최강의 미 통합전투사령부가 창설 71년 만에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되었습니다. 최강국인 미국은 전 세계를 커버하는 여섯 개의 통합전투사령부와 세 개의 기능별 사령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를 관할하는 아프리카사령부,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 유럽을 관할하는 유럽사령부, 중남미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 북미대륙을 관할하는 북부사령부, 아시아태평양을 관할하는 태평양사령부 등이 있으며, 기능별로는 특수작전사령부, 전략사령부, 수송사령부 등이 있습니다. 이중 태평양사령부(PACOM)가 관할하는 구역은 미 서부 해안에서 인도까지 그리고 북극에서 남극까지로 관할지역 내에 36개 국가가 있고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즉, 통합전투사령부 중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하와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태평양사령부인 것입니다.

태평양사령부가 거느리는 군사력은 실로 막강합니다. 휘하에 있는 해군력으로는 일본 요코스카에 본부를 두고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제7함대와 샌디에고에 본부를 두고 동태평양을 커버하는 제3함대가 있으며, 공군력으로는 알래스카에 있는 제11비행단, 하와이에 있는 제13공군, 일본 요코다에 있는 제5공군, 한국 평택에 있는 제7공군 등이 있습니다. 해병 전력으로는 캘리포니아에 주둔하는 제1 해병원정단과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제3 해병원정단 등이 있고, 육군으로는 하와이와 알래스카에 있는 태평양육군, 주한미군, 주일미군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괌에 배치된 전략폭격기 등 공중전력, 싱가폴에 있는 군수지원단, 일본 사세보에 주둔하고 있는 소해정, 구난함, 상륙함, 괌에 주둔하는 지원함 등도 있습니다. 태평양사령부 휘하의 병력은 총 37만5000명으로 대부분 해군과 공군 그리고 해병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하 부대들은 하나하나가 웬만한 나라의 국방력과 맞먹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7함대나 제3함대는 5개 항공모함 전단(戰團)을 포함한 막강한 함대세력과 잠수함 세력 그리고 해군항공력을 가진 부대로서 웬만한 나라의 군사력을 능가하며, 휘하의 공군력에는 B-52, B-2 등 핵무기 공격이 가능한 전략폭격기와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 F-22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제3 해병원정단은 유사시 즉각 출동하는 해병상륙부대로서 막강한 항공력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한반도에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곧 바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군사력으로는 제7함대, 제3 해병원정단, 제7공군 등입니다. 제7함대는 2차 대전 중에 창설되어 맥아더 장군의 지휘아래 일본이 점령했던 태평양 도서들을 탈환하는 작전을 수행했으며, 1950년 6.25 전쟁, 1950년대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등 위기들을 거치면서 전력을 키워왔습니다. 오늘날 제7함대는 항모 조지워싱턴함, 이지스 순양함, 상륙지휘함, 이지스 구축함 등을 포함한 대형 군함 70여 척, 잠수함 전대, 300여 기의 항공기 등을 갖추고 있으며, 유사시 즉각 제3 해병원정단과 합동작전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명칭을 바꾸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현재 중국은 경제적, 군사적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세력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일대일로 구상, 구단선 전략, 도련선 전략 등을 앞세우고 팽창주의 대외전략을 펼치면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구상이란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통한 바닷길과 육지길을 유럽과 연결하고 중국이 물류대로들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고, 구단선이란 남중국해의 80%를 중국의 내해로 표시하여 기정사실화로 만들어 가는 전략이며, 도련선 전략이란 남중국해와 서태평양 일대에서 미 해군세력을 몰아내고 중국이 해양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만들어 군사기지를 건설하여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며, 서해(西海) 내해화, 사드 보복, 한일 방공식별구역 무단 침범 등으로 한국과 일본도 압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면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고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 시도를 견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요컨대, 미국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일본, 호주, 인도 등을 연결하는 해양세력 벨트를 구축하여 중국을 견제·압박하겠다는 전략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며,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도 강력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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