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수천 개의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북한은 5월 28일과 29일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남쪽으로 GPS 교란전파를 발사하여 한국의 민간 선박들에 불편을 강요하면서 동시에 풍선들을 날려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6월 1, 2일에 두 번째로 풍선을 날려보냈습니다. 이를 목도한 한국의 탈북민 단체들은 6월 6일 대북전단 20만 장을 실은 풍선들을 북으로 날려보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6월 8일 세 번째로 풍선을 날려 보냈고, 이어서 9일 12시 30분경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침범했습니다. 이에 한국군은 경고했던 대로 이날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2시간 동안 실시했고, 방송을 더 할지 말지는 북한이 하기에 달렸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를 반박하듯 6월 9일 밤과 10일 새벽에 북한은 네 번째로 풍선을 보냈습니다. 이렇듯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남과 북은 저급하고 민망스러운 풍선전쟁을 벌렸습니다. 물론, 풍선 문제의 발단은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 단체들이 전단을 실은 풍선을 날려보낸 것에 대해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군 병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은 십년 가까운 세월동안 군복무를 하는데 비해 한국 병사들이 1년 반 만에 제대하고 사회로 나가는 것을 들으면서 부러워할 수 있으며, 선진국 한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나 드라마를 청취하면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알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풍선 날리기에는 큰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남쪽에서는 민간단체들이 풍선을 날려 보내는 것인데 한국 정부는 이것을 강제로 금지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2020년 7월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시켜달라고 요구했을 때 정부는 남북관계를 중시하여 입법에 착수했고 2020년 12월에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하여 전단 살포를 단속했지만, 2023년 9월 헌법재판소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감금한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판정했기 때문에 정부가 물리력으로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경험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은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것이 대한민국의 체제입니다. 남쪽의 풍선은 민간단체가 날리지만, 북의 풍선은 정권이 날려 보내는 것입니다.
둘째, 북한은 남쪽에서 전단이 먼저 날라왔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항변하겠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지뢰도발, 항공기 테러, 아웅산 폭탄 테러, 천안함 폭침,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등 북한이 자행해온 무수한 대남 도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할지 궁금합니다. 풍선은 살상무기가 아니지만 북한은 무력도발을 통해 많은 인명을 앗아갔으며 지금도 GPS 교란, 한국 기관들에 대한 해킹 공격, 드론 침투, 군사분계선 침범, 미사일 발사를 통한 무력과시, 핵사용 위협 등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많은 도발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것들에 대해 일일이 대응한다면 한반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셋째, 북한은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지만 한국은 스마트 풍선을 날려보냅니다. 북한은 휴지 조각, 담배꽁초, 가축 분뇨 등 악취가 나는 더러운 쓰레기들을 보내지만 한국은 한국과 세계를 알리는 소식과 함께 방탄소년단, 임영웅, 나훈아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와 드라마를 담은 USB, 1달러짜리 지폐, 쌀, 단파 라디오 등 사람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보냅니다. 풍선 날리기 기술도 매우 다릅니다. 북한 풍선은 한번 추락하면 그만이지만 한국 풍선은 수십 차례에 걸쳐 전단을 나누어 뿌릴 수 있고, 고도계와 GPS 추적 장치를 장착하여 체공 시간을 조절하거나 풍선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정하며, 소형 스피커를 부착하여 목소리로 메시지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 6월 11일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풍선은 쓰레기를 보내지만 한국의 풍선은 격려와 영감을 전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의 오물 풍선과 한국의 스마트 풍선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