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후쿠시마 오염수와 서해 오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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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도쿄전력은 2011년 지진과 해일로 망가진 4기의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된 137만 톤의 오염수를 오는 8월부터 태평양으로 방류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방출설비를 건설하여 시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환경단체들과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하여 희석한 후 내보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대체로 이 입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를 다녀온 한국 정부의 시찰단도 5월 31일 활동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들은 오염수가 정화되는 과정과 삼중수소 희석 과정을 확인했으며, 정화시설의 성능, 저장탱크 상황, 이송 경로, 균질화, 방출 시설, 비상 차단기, 중앙감시제어실, 화학분석 시설 등도 둘러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수집한 자료들과 채취한 시료들을 충분히 검토한 후 종합 결과를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모 대학의 서 모 명예교수는 오염수에 들어있는 탄소 14, 플루토늄, 세슘, 요드, 스트론튬 등 60여 가지의 핵종들은 정화를 한다고 전부 걸러지는 것은 아니며, 특히 탄소 14, 플루토늄, 삼중수소는 잘 걸러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서 교수는 세슘과 스트론튬은 근육과 뼈에 달라붙고 삼중수소는 혈액에 붙기 때문에 신체장애, 백혈병, 생식기능 장애, 갑상선암, 췌장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방류된 오염수가 수심 200m 미만 표층수에 뿌려지면 미국으로 갔다 오는 데 5년이 걸리지만, 수심 200-500m 심층수에 뿌려지면 5개월이면 남중국해를 거쳐 제주도 해역으로 온다고 주장했고, 선박의 평형수로 사용되면 수일 만에도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게 저장용 탱크를 더 짓거나 인공 호수를 파서 보관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다른 대학의 박 모 교수는 오염수가 정화시설을 거치면 흡착과 필터링을 통해 대부분 안전한 수준으로 걸러지며, 삼중수소도 농도를 1리터(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하여 방류하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오염수 방류시 한국의 수산물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서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며, 심층수는 표층수보다 유속이 느려 대만에 도착하는 데에만 9년이 소요된다고 밝힌 논문도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1993년 봄 러시아도 캄차카 근해에 다량의 핵폐기물을 버려 국제적 지탄을 받았고, 10월에도 나홋카항에서 100km 떨어진 동해에 액체 핵폐기물 800톤을 투기한 후에 이어서 또 다시 800톤을 투기하려다가 한국과 일본의 항의로 보류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1975년 런던 협약을 결성하여 방사성 폐기물 및 산업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규제하기 시작했고, 현재 이 협약은 최저 기준 방사능 수치를 넘는 모든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런던 협약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81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한국은 1993년에 가입했습니다. 중국은 원전 55기를 가동하고 23기를 건설 중인 원전대국이어서 배출하는 삼중수소는 한국의 5배, 그리고 일본의 6배이며, 후쿠시마 오염수가 배출할 삼중수소의 50배라고 합니다.

국제협약들을 무시하면서 통계조차 밝히지 않는 북한의 경우는 정말 심각합니다. 북한은 영변 핵단지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포함하여 수십 군데에 우라늄 광산, 농축시설, 핵폐기물 저장소 등을 운영하지만 안전도나 폐기물 처리에 관한 수치를 밝히지 않습니다. 즉, 런던 협약을 준수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와 자국이 세운 기준에 따라 핵폐기물을 처리하여 흘려 보내는 국가들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강에서 흘러나오는 폐기물, 북한이 맘대로 방류하는 핵폐기물 등으로 서해가 죽어가고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지금도 한반도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기체 방사성 물질들은 제트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날아오기 때문에 사실상 한반도와 일본은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듯 환경 문제는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과 투명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도 현재 여러 논의가 벌어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투명한 통계를 제시하는 나라들 간의 일이기 때문에 합리적 결론이 내려지고 그 결론대로 처리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일방적으로 방사성 폐기물을 구룡강으로 내보내고 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환경오염에 관한 어떠한 수치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 한반도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