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에 대한 기대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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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월 18일 런던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9월 유엔총회 동안 남북미 3국 간의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했던 대로 금년 내로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강 장관의 이런 발언들을 놓고 학계 일각에서는 유럽이 1989년 미국과 소련이 몰타 선언을 통해 유럽의 냉전 종식을 선언했듯 남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를 알리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미북정상회담 그리고 이후 빈번해진 남북 소통과 대화의 분위기가 이런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활발한 남북대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냉전종식을 선언하는 아시아판 몰타 회담이 열릴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유럽 냉전체제 종식의 시발점은 1975년 8월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정상회담이 채택한 헬싱키 선언이었습니다. 이 선언이 나오도록 발동을 건 것은 1970년 3월 19일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외교' 선언과 이어서 개최된 동서독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서독이 서독 만이 유일합법정부임을 주장하는 할슈타인 독트린을 포기하고 동독을 정상국가로 인정한 것이며, 이것이 유럽의 데탕트에 불을 지핀 것입니다. 1975년 헬싱키 선언을 통해 동서 진영은 현 국경선 인정, 공산권 진영의 인권문제 개선, 양 진영 간의 상호 경제 및 인적 교류 향상 등 3대 의제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고 소련도 이에 동참한 것입니다. 1989년 여름 동독인들은 '여행의 자유'를 외치며 대탈출을 시작했고, 그 바람이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 1990년 3월 18일 동독 최초의 민주적 총선거 및 서독과의 흡수통일을 지지하는 기독민주당의 압승, 1990년 10월 3일 독일통일 등을 이끌어내고, 이어서 1991년 말 소련 연방이 해체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방 7개국은 공산권 경제지원을 위한 동구개발은행(EBRD)을 창설했고, 이 은행을 통해 1,000 억 달러를 소련과 동구권 나라들에게 지원함으로써 동구라파 나라들의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이런 대변화의 바람 속에서 독일통일 직전인 1989년 12월 말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몰타에서 만나 "이제 미소는 더 이상 적이 아니며 냉전은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는 1990년 11월 21일 파리에서 열린 CSCE 장상회담이 34개국 지도자가 서명한 파리헌장을 통해 "이제 유럽에서 대결과 분열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함으로써 1975년부터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은 16년 만에 마무리되고 유럽의 냉전종식과 독일통일은 새로운 기정사실로 자리매김 되었습니다. 이런 유럽의 역사를 회상하면서 지금 학계 일각에서는 6월 12일 미북정상회담과 9월 유엔에서 열릴 지도 모르는 3국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대결과 긴장을 청산하는 아시아판 몰타회담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장 북한이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우선,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는 당시 냉전종식을 도모했던 유럽과는 많이 다릅니다. 지금은 중국의 팽창주의 대외기조와 러시아의 강대국 복귀 시도로 인하여 동아시아에는 미중 간 그리고 유럽에서는 나토(NATO)와 러시아 간 신냉전이 부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사회주의 블럭이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서방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중인데,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양호한 여건이 아닙니다. 또한, 지금 세계의 전문가들은 미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여전히 ‘완전·검증가능·불가역적 비핵화(CVID)’나 비핵화 일정에 관해 어떠한 약속도 내놓지 않는 가운데 미군 유해송환, 종전선언 논의, 남북대화 소식 등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를 본말전도(本末顚倒)로 보고 있습니다. 즉, 북핵 폐기라는 알맹이가 빠진 채 북한이 원했던 결실들을 거두어 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북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핵능력 만을 동결하는 선에서 미국과 타협하면서 체제보장을 명분으로 대북 제재 해제, 경제지원, 한미동맹 약화 등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북한정권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북정상회담과 유엔에서 열릴지도 모르는 남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를 알리는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너무 늦지 않게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과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남과 북에 살고 있는 한민족 모두의 열망이자 국제사회의 열망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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