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정전협정과 종전선언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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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월 27일은 1950년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3년 동안 지속되다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8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만 따진다면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 중입니다. 특히, 북한은 한국을 압도하는 대규모 군사력을 가진데 이어 수십 개의 핵무기까지 보유한 상태에서 초강대국 미국에게 핵위협을 가할 만큼 공세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은 북한과 군비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동맹국 미국의 핵우산을 통해 핵균형을 취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통해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속한 종전선언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그토록 간단한 것이 아니며, 미국과 중국이 6∙25전쟁의 주요 교전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제3조에서 “현재의 비정상적인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강조하고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도록 적극 추진할 것”을 합의한 바가 있습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기 종전선언을 강조했는데, 2018년 제 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2020년 제 75차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핵전쟁을 막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자는 것은 당연히 맞는 말이며,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는 종전선언 자체만을 강조하는 이상론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탄이나 잠수함발사탄도탄 실험발사를 계속 유보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이나,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게 완전 비핵화를 먼저 약속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기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이 북한의 전제조건인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와 체제 보장을 먼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종전선언이 이들의 바람대로 굴러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북핵을 인정하는 전제 하의 종전선언은 남북간 군사적 불균형을 고착시킬 수 있으며, 북한은 ‘적대정책 폐기’를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폐기 등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는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6·25전쟁을 도발했고 이후에도 무수한 무력도발을 저질렀으며 무력적화통일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런 방식으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협상한다는 것은 한국에게 매우 위험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의 현실주의자들은 역사의 교훈을 되돌아 볼 것을 강권합니다.

1938년 9월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은 뮌헨협정을 통해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 영토의 일부를 차지하는 대신 평화를 약속했다고 자랑했지만, 6개월 후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를 통째로 점령하고 이어서 폴란드와 프랑스를 차례대로 침공했습니다. 또한 1941년에 나치 독일은 소련과 맺은 불가침조약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소련을 침공했고, 2차대전 중 소련군은 1945년 8월 7일 히로시마 원폭으로 일본의 패망이 확실해지자 4년 전에 체결한 일소중립조약을 파기하고 만주의 일본군을 공격하고 단숨에 한반도의 38선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남북 공존과 상생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어떤 정부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형식문서에 지나지 않는 종전선언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현실주의자들의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상호간 체제가 상충되지 않고 확실한 신뢰가 공존할 때 빛을 발하는 것이며, 두 나라가 상대를 해칠 의도가 전혀 없음을 확신하는 상황에서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사이 좋게 지내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평화협정을 논의한 적도 없습니다. 평화협정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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