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07.31
[김태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지난달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울림광장에서 '함께해요! 통일미래!'를 주제로 열린 시민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전통 북춤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7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참으로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기념식이 열린 것입니다. 한국은 1997 7 14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이 날을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하고 제1회 기념식을 거행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탈북민은 대한민국 헌법상 국민이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 대한민국을 찾은 북한 동포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겠다라고 말했을 때 참석한 탈북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한3국 출생이나 국내에서 태어난 탈북자 자녀의 양육과 교육 지원도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초··고교에 다니는 탈북민 자녀는 약 1,800명인데, 2/3가 제3국 출생이어서 법적으로 탈북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기념식 후 대통령은 탈북민 청소년들로 구성된챌린저스 야구단출정식에 참석했는데, 이 야구단은 2018년에 창설되었으며 7 18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뉴욕과 워싱턴에서 미국 청소년팀과 친선경기를 펼쳤습니다. 같은 날 전주의 전주대학교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려서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거주지 보호관, 신변 보호관, 정착 도우미 등 200여 명이 남북예술단 특별공연, 북한이탈주민의 날 선포식, 합창, 체육대회 등을 즐겼는데, 탈북민 가수가 예술단 공연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7월은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던 리일규 정무 참사관이 가족을 데리고 작년 11월에 탈북하여 한국에 정착했다는 소식이 공개되어 탈북민들 사이에 크게 화제가 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리 참사는 1999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고, 2013 7월에 북한 선박청천강호가 쿠바에서 무기를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다가 적발되어 억류되었을 때 파나마에 파견되어 선원들을 석방시키는 교섭을 하여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으며, 2019 4월에 쿠바에 와서 한국-쿠바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합니다. 물론 금년 2월 한국과 쿠바가 전격 수교함으로써 북한의 시도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리 참사와 같은 엘리트층의 탈북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철조망과 장벽을 쌓더라도 외부세계를 경험하고 자유를 갈구하는 외교관, 무역일꾼, 외화벌이 일꾼 등의 탈출을 막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부 산하 모 기관의 수장을 맡고 있는 고영환 씨는 김일성 주석의 통역을 했던 성공한 외교관이었지만, 김씨 일가에 관한 실언을 한 후 귀국 지시를 받자 생명의 위협을 느껴 1991년에 탈북했습니다. 1997년에 탈북한 황장엽 씨처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까지 지낸 고위층으로 정치권력 경쟁의 와중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한국으로 내려온 경우도 있고, 2002년에는 체코 주재 북한 무역회사 사장을 하던 외화벌이 일꾼 김태산 씨가 한국으로 망명했습니다. 2016 4월에는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 시의 북한 류경식당 지배인 1명과 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했고,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하는 등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태영호 전 주영 대사관 공사가 탈북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2019 7월에는 이탈리아에서 조성길 대사대리가, 그리고 9월에는 쿠웨이트의 류현우 대사대리가 자유를 찾아 탈북했습니다.

 

대부분의 탈북 외교관들은 작은 봉급으로 살아야 하는데다 외화벌이까지 해야 하고 여차하면 본국으로 송환되어 처벌받는 등 많은 어려움에 시달렸다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슴 아픈 탈북 동기는 바로 자식 문제였습니다. 이들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외국의 교육환경을 경험했기에, 자신의 자녀들을 생활총화를 통해 상호비판과 자아비판을 하고 학습을 통해 사상교육을 받으며 무보수 강제노역에 동원되어야 하는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자녀들의 자유를 빼앗고 싶지 않다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당연한 욕심일 것입니다. 그래서북한이탈주민의 날기념식에 참석한 탈북민들은 최근 탈북민들의 소식을 주고받고 자신들이 겪은 탈북 과정을 회상하면서 상념에 잠겨야 했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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