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다시 보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2024.09.04
유엔에는 ‘인권위원회(UNHRC)’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2006년에 유엔총회 산하 기구로 설립되어 각국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여 해결책을 강구하는 조직입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006년 레바논, 2011년 리비아와 시리아 등에 대해서 조사위원회를 설립하여 인권 문제를 조사했는데, 북한 인권을 다루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3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 결의로 설립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COI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7개월 동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와 납북 피해자들을 면담 조사한 총 372쪽의 보고서를 2014년 2월 17일 유엔인권이사회에 보고하면서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폭로하여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상과 표현의 제약, 종교의 자유 침해, 이동과 거주의 자유 침해, 식량권 및 생명권 침해, 자의적 구금, 고문, 사형, 납치와 강제 실종 등 9가지의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고 8만에서 12만 명에 달하는 정치범이 감금되어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러고는 강요된 사상과 체제를 인권 침해의 원인으로 보고 권력자들을 가해자로 지목하면서, 안보리가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북한이 ICC에 가입하거나 ICC의 관할권을 수락하지 않은 상태여서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만 ICC에 회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COI와 유엔총회는 매년 북한의 인권 개선 및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해오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안보리에 결의안이 상정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COI 보고서가 나온 지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 인권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즉 2019년 헌법 개정을 통해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표현으로 바꾸고 2021년 유일영도 10대원칙을 수정하면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더 심하게 제한되고 유일독재 체제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2019년 주민들끼리 상호감시를 더 철저하게 하도록 한 군중신고법과 2020년 외부 문화를 유입, 청취, 전파하면 최대 사형까지 시킬 수 있도록 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북한 MZ세대들의 사상단속을 강화하고 가정교육을 의무화한 청년보장교양법, 2023년 자본주의 문화에서 유입된 언어를 금지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하여 과거보다 더 심하게 외부 문화 유입을 감금하고 있습니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제2장에는 ‘괴뢰말 찌꺼기 박멸’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아내가 연장자인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이렇게 부르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 연구는 성분 차별, 여성 차별, 장애인 차별 등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으며 특히 성분은 거주 지역, 거주 형태, 노동당 입당, 진학, 승진 등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최대 요인입니다. 장애인들도 거주 제한, 강제 이주, 강제 불임수술 등 차별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것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자유의 속박’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처음 들어오는 탈북민들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에 충격을 받습니다. 국내 어디든 갈 수 있고, 동네에 있는 구청에 신청만 하면 며칠 만에 여권을 받아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는 자유가 그토록 소중한 것인 줄 미처 몰랐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성분제도 같은 것은 없습니다. 도둑의 아들도 자신이 노력하면 부자도 되고 권력자도 됩니다. 여성 또는 장애인을 차별하면, 차별하는 사람이 처벌을 받습니다. 북한말을 쓴다고 또는 사투리를 쓴다고 구박하면, 구박하는 사람이 처벌을 받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한국식 표현을 사용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안타깝습니다. 남북이 자꾸 더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