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2.09.28
[김태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지난 2월 러시아가 ICBM을 발사하고 있다.
/AP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2월 러시아가특수 군사작전이라는 미명 하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수주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크라이나보다 인구가 3배 반이나 되고 28배의 국토를 가진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한 것입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국들의 무기지원에 힘입어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전쟁은 7개월 째로 접어들었고, 러시아의 전쟁 피로증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통해 동부의 돈바스 지역과 남부의 헤르손 지역의 일부를 수복하고 러시아군을 수세로 몰아넣자, 푸틴 대통령이 또 다시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9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예비군 30만 명을 징집하는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것입니다.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대학생을 제외한 18~27세 남성 중 1년간 의무 복무를 마친 예비역 30만 명이 징집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르쿠츠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러시아 전역에 반대 시위가 발생하고 젊은이들의 해외탈출 러시가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항공요금이 급등하자 러시아 정부는 자국 항공사들에게 젊은 남성들에게 비행기표를 판매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러시아의 통합성이 위협받는다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또 다시 핵사용을 경고했습니다.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공격방향이 그쪽으로 바뀔 수 있다라고도 했고, “결코 허풍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사실 오늘날 국가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핵사용을 위협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북한입니다만, 어쨌든 서방국들은 핵이 사용되는 경우 대응 방법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워싱턴에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러시아의 핵사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한 두 개의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러시아군이 병력부족, 물자 및 장비 부족 등에 시달리면서 푸틴 대통령은 어떻게든 패배라는 불명예를 피하면서 전쟁을 종식시킬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서방의 핵보복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 즉 종전을 위한 확전(escalate to de-escalate)의 방법으로 한두 개의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온 세상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국가에게 굴복하는 것이 될 것이며, 그 이후에는 너도 나도 살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것이어서 위태롭게 유지되어온 기존의 핵질서는 파괴될 것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사용에 대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들이비군사적 대응군사적 대응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군사적 방법이란 현재의 대러시아 제재를 크게 강화하여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푸틴 대통령을 징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핵전쟁으로의 확전을 두려워해서 핵보복을 엄두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더 많은 핵을 사용할 유혹을 느낄 수 있으며, 북한과 같은 핵보유 불량국가들에게 동일한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또한 속수무책으로 핵공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군사적 대응이라는 두 번째 방법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군사적 대응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재래군사력으로 응징하는 것인데, 즉 재래무기로 러시아의 핵발사 기지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을 타격하는 것입니다. 이로서 러시아의 핵사용을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나토와 러시아 간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동일한 수준의 전술핵을 북극해나 시베리아 또는 우크라이나 내에 진출해 있는 러시아 점령군에게 사용함으로써 러시아의 추가적인 핵사용 유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경우에도 큰 위험성이 수반됩니다. 주고받기 식으로 전술핵이 추가적으로 사용되어 핵전쟁이 사닥다리 식으로 확전될 수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대혼돈이 초래되고 결국 지구를 위협하는 사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요컨대, 러시아든 북한이든 어느 한 나라가 실제로 핵을 사용하는 경우,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80여 년 동안 준수되어온핵 불사용전통이 깨지면서 모든 나라와 모든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가운영을 책임진 지도자들은 이런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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